출판·인쇄 디지털로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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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씨스퀘어로 유명한 대양이엔씨(대표 임영현)는 지난해 학습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한가지 고민에 빠졌다. 기존 옵셋인쇄 방식으로는 학습지의 출판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

개인별로 학업 성취도가 다른 학생들을 상대로 학습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똑같은 내용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옵셋인쇄로는 이같은 ‘맞춤형 인쇄(POD·Print On Demand)’는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대양이엔씨는 학습지 제작방식을 디지털 인쇄로 급선회했다. 대양측은 먼저 개개인의 실력 파악을 위한 모의고사를 실시했다. 여기서 나온 점수를 기초로 문제은행 DB와 네트워크를 연동, 학생별 개인정보와 수준별 문제를 추출해 맞춤형 학습지를 출력했다. 이름, 학교, 성명 등 공통 내용이 기재되는 겉지는 기존 옵셋 인쇄로 하되, 개별 수준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된 문제, 즉 가변데이터가 수록되는 속지는 디지털 인쇄로 대체된 것이다.

대표적 사양산업으로 치부돼 온 출판·인쇄산업에도 ‘e바람’이 거세다. 거대한 옵셋 인쇄기에서 품어나오는 굉음과 코를 찌르는 잉크냄새로 대변되는 출판·인쇄시장은 디지털 변신의 사각지대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e북이나 웹진 등과 달리 디지털 인쇄는 출력과정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관련 산업에 대한 파장이 매우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CAP벤처스에 따르면 오는 2005년까지 기존 옵셋 인쇄산업의 성장율은 4%인데 비해, 디지털 인쇄산업은 18%에 달한다.<그래프 참조>

현재 국내에 디지털 인쇄기를 공급하는 업체는 대략 7∼8개. 하지만 이중 가변 데이터의 인쇄가 가능한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는 HP인디고, 후지제록스, OCE 등 5개사 정도다.

HP인디고는 전자잉크 방식을 채택, 옵셋인쇄 방식과 흡사한 구조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전자잉크는 HP인디고의 핵심기술로 이를 통해 종이뿐 아니라 라벨, 필름, 광택지 등에 디지털 인쇄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한국후지제록스는 현재 국내 디지털 컬러 인쇄시장에 ‘다큐컬러 시리즈’를 주력으로 내놓고 있다. 이들 제품은 A3 크기의 4도 원색 인쇄기로 옵셋 인쇄기의 품질 극복을 목표로 설계됐다. OCE의 디지털 인쇄시스템인 CPS700도 프린팅시 가루 토너가 잉크 형태로 변화해 용지속으로 박히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토너의 날림이 없고 반영구적이며 열 장착부가 없어 종이의 변형이 없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같이 인쇄시장의 디지털화가 거세게 일고 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높다. 아직도 옵셋 인쇄에 비해 해상도와 경제성 면에서 뒤쳐진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공급업체중 국내 업체는 전무하다는 것도 풀어야 될 숙제다. 특히 대량 인쇄에는 옵셋 출력의 경쟁력은 탁월하다. 세계 최대의 옵셋기기 생산업체인 독일의 하이델베르그사가 코닥과의 제휴를 통해 디지털 인쇄기 시장에 진출했다, 결국 이 사업을 포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에 대해 손문생 한국후지제록스 부사장은 “옵셋 인쇄와 디지털 인쇄는 상호 지향하는 시장이 틀리다”며 “상보적 관계에서 인쇄·출판시장의 자체 파이를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시장 제품동향 

현재 국내에 디지털 인쇄기를 공급하는 업체는 대략 7∼8개. 하지만 이중 가변 데이터의 인쇄가 가능한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는 HP인디고, 후지제록스, OCE 등 5개사 정도다.

지난 2001년 HP가 인디고를 인수·합병하면서 설립된 디지털인쇄 전문 업체인 HP인디고는 전자잉크 방식을 채택, 옵셋인쇄 방식과 흡사한 구조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옵셋인쇄의 품질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디지털 이미징 기술을 적용시켜 가변 데이터의 정교한 인쇄·출력을 가능케 한다. 전자잉크는 HP인디고의 핵심기술로 정전기적으로 충전돼 고해상도의 고품질 컬러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액체잉크. 따라서 종이뿐 아니라 라벨, 필름, 광택지 등에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다.

한국후지제록스는 현재 국내 디지털 컬러 인쇄시장에 ‘다큐컬러 시리즈’를 주력으로 내놓고 있다. 이들 제품은 A3 크기의 4도 원색 인쇄기로 옵셋 인쇄기의 품질 극복을 목표로 설계됐다. 이에 따라 최근 출시된 모델은 옵셋 인쇄물의 품질과 대등할 정도다. 특히 다큐칼라 시리즈는 누구나 쉽게 문서를 보내고 출력할 수 있을 만큼 조작이 용이하다. 이 제품을 지원하는 Rip 콘트롤러는 가변데이터 인쇄, 색상매칭, 보정, 컬러 프로필 관리의 기능 등을 지원, 인쇄과정의 완전 자동화를 가능케 하고 있다.

OCE의 디지털 인쇄시스템인 CPS700은 프린팅시 가루 토너가 잉크 형태로 변화해 용지속으로 박히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토너의 날림이 없고 반영구적이며 열 장착부가 없어 종이의 변형이 없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밖에도 IBM, 자이콘 등도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을 접목해 국내 출판·인쇄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인터뷰-손문생 한국후지제록스 부사장

 “디지털 인쇄의 본격적인 국내 도입이 올해 안에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손문생 한국후지제록스 부사장(52·사진)은 디지털 기기를 통한 주문형 맞춤인쇄(POD) 시대의 개막을 이같이 예고했다.

 현재 국내 인쇄시장은 옵셋 인쇄·출판 위주로 돼 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도 갈수록 POD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미국 제록스 본사에서도 이 회사의 대표적 디지털 컬러 인쇄기인 ‘아이젠3’의 국내 판매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현재 미국, 유럽에서 대당 10억원 가량에 팔리고 있는 아이젠3의 국내 판매가격도 절충이 가능하다는 게 한국후지제록스 측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손 부사장은 “판매가격에 대해서는 본사 측과 최종 협의를 거쳐야 겠지만, 단순히 제품 몇 대 더 팔기 위한 판매 전략은 구사하지 않겠다”며 “디지털 인쇄문화의 정착으로 시장이 성숙하고, 그로 인해 우리의 고객에게 도움이 되면 결국 후지제록스에도 이득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인쇄의 국내 정착과정에서 손 부사장은 특히 기존 옵셋 인쇄와의 공생을 강조했다. 손 부사장은 “기존 옵셋 인쇄와 디지털 인쇄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선택과 그에 따른 폐기가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라고 말했다.

 아직도 500권 이상의 대량 도서출판 시장에서는 옵셋기를 이용한 인쇄가 디지털 인쇄보다 경제적이다. 하지만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의 개인별 학습지를 비롯해 고객 맞춤형 홍보물, 금융권의 각종 빌지 등 대상 독자의 개인 성향이나 기호에 따라 그 내용이 시시각각 변하는 인쇄물 시장의 경우 향후 급속한 디지털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손 부사장의 전망이다.

 재일교포 2세로 일본에서 나고 자란 손 부사장은 엔지니어로 일본 후지제록스사에 입사한 뒤 70년대 말 오일쇼크 당시 세일즈맨으로 변신했다. 이후 일본 내 제록스 판매왕에 오르는 등 세일즈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 97년부터 한국후지제록스의 영업·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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