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삼성전자의 수원사업장에서 뜻있는 행사가 열렸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550여개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협력업체가 모여 ‘상생 경영의 원년’을 선포한 것이다.
이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협력업체 선진화 팀’을 통해 협력업체에 대한 각종 지원은 물론 부족기술·경영여건 등 제반 환경 조사를 펼치고 협력회사 지원센터를 개설해 경영자양성·삼성전자경쟁력접목 등의 지원활동을 펼쳐 나가기로 했다. 나눔과 상생의 실천을 통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협력회사들도 초일류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에서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사회공헌 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눔과 상생을 바탕으로 한 초일류 기업’이다.
삼성전자의 경영철학은 인간미·도덕성에 바탕을 두고, 인류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상생의 정신’으로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창조하는 데 있으며 삶의 질 향상, 지역사회 기여 및 이를 통한 세계와의 교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상생의 정신은 최고 경영자를 비롯한 임직원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기업의 도덕적·윤리적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봉사활동·나눔경영·복지지원 등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사내 370여개 봉사팀에서 1만3000명의 직원들이 각종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윤종용 부회장·황창규 반도체총괄사장 등 CEO들도 틈나는 대로 행사에 참여해 솔선수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독거노인들을 위한 ‘사랑의 도시락 배달’ 행사 때에는 윤종용 부회장이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도시락에 밥을 담았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95년 사회봉사단 발족 및 사회공헌 전담조직 정비를 통해 임직원들이 구체적인 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했으며, 현재 사회공헌 및 자원봉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 5개 사업장(수원·기흥·온양·구미·천안)에 사회공헌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사회공헌 활동은 크게 △공익사업 △기부협찬 △봉사활동 등이며, 사회복지·문화예술·학술교류·환경보전·체육진흥·국제교류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펼쳤던 주요 활동들을 보면, 조류독감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2월, 삼성전자는 ‘나눔경영’ 차원에서 매주 목요일을 ‘닭고기 먹는 날’로 지정, 양계 농가에 힘을 북돋워 줬으며, 3월에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공동으로 ‘새내기 사회복지상’을 제정해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을 격려했다. 또 5월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기흥 및 화성 사업장에서 ‘사랑의 달리기’ 행사를 가졌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이날 행사에는 반도체 총괄 황창규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1만3400명이 참가했으며 2억1000만원의 성금도 모금해 ‘사랑의 집짓기(일명 러브하우스)’ 활동에 보탰다.
삼성전자의 사회공헌 활동 가운데 돋보이는 또 하나는 임직원의 80%가 장애인으로 구성된 자회사 ‘무궁화전자’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가 지난 94년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사회’를 기치로 234억원 전액을 투자, 수원사업장 인근에 설립한 국내 최초의 장애인 전용 공장이다. 핸디형 청소기와 휴대폰 충전기, 파브 TV용 부품, DVD메인보드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94억원 매출에 6억3000만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다하고 수익도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엔 100억원 매출에 8억원대의 순익을 목표로 잡았다.
삼성전자의 사회공헌 활동은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글로벌 기업답게 미국·중국·중동·아프리카·베트남·프랑스 등 세계 전역에서 자선마케팅·의료지원 등의 펼쳐 글로벌 사회에서 나눔·상생 경영을 보여줬으며, 이에 따른 브랜드 상승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 가운데 미주법인이 지난 2002년부터 펼치고 있는 ‘희망의 4계절’ 행사는 골프·야구·농구·미식축구 등 미국 내 4대 인기 스포츠를 선정, 각 분야에서 유명인사를 초청해 자선행사를 갖는 프로그램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 뿐만 아니라 실제 제품 판매증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편, 삼성그룹은 최근 ‘경제회복 지원 종합대책’을 통해 △투자 확대 △청년실업 해소 △나눔경영 확대 △협력업체 지원강화 등을 밝혀 사회공헌 활동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삼성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을 지난해(6700명)보다 300명 늘어난 7000명을 채용하고, 신규투자 확대에 발맞춰 전문대와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생산현장 인력 채용도 지난해(5500명)보다 1700명 정도 늘어난 72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삼성은 그룹차원에서 본격 실시해오고 있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경영을 확산시키기 위해 복지사업에 1100억원을 투입하고, 학술교육 분야에 1500억원, 문화예술분야 700억원, 체육 및 국제교류 분야에 200억원을 투입하는 등 포함해 금년 한해 총 4000억원을 사회공헌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 연구소 ‘물망초 봉사팀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정보통신연구소. 평일에는 5000여명의 연구원들이 늦은 밤까지 1분 1초를 아끼며 신제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지만 토요일이 되면 하던 일을 잠시 뒤로 하고 양로원·보육원·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찾아 나눔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이름하여 ‘물망초 봉사팀’. 이들은 정보통신연구소의 132개 봉사팀 가운데 하나다. 꽃말과 같이 ‘진실한 사랑’을 실천하는 모임으로, 수원시 최대 빈민 지역인 우만동 영구임대주택 일대에서 ‘知·食·宙 업그레이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물망초 봉사팀은 매월 첫째 주 토요일이 되면 독거노인 10가정을 방문한다. 이들은 단지 내에 위치한 복지관에 들러 그간의 정보와 역할을 전달받은 후 2∼3명이 한 조가 돼 각 가정에 투입, 설거지·청소·정리정돈 등의 활동을 하며, 때로는 친절한 말벗이 되기도 한다.
둘째 주 토요일은 ‘사랑의 리모델링’을 하는 날이다. 10평 남짓한 영구임대주택은 11년이나 됐기 때문에 손봐야 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봉사팀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물건을 옮기고 도배와 장판을 새로 교체한다.
셋째 주 토요일에는 결식 노인을 위한 ‘효(孝) 만찬’과 함께 생신 잔치를 연다. 급식봉사 활동에 참여했던 한 봉사자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활동은 임직원의 모금액 3000만원이 지원돼 매주 토요일마다 열린다.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저소득 가정 아동들의 체험학습이 진행된다. 상대적으로 문화적 체험의 기회가 적은 아동들에게 여러 가지 체험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3월에는 영화 ‘쥬라기 공원’을, 4월에는 ‘선녀와 나무꾼’ 연극관람, 5월에는 천연염색 체험학습과 함께 에버랜드 나들이를 다녀왔다. 이와 함께 알파벳도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영어 교구 지원과 함께 정기적인 영어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물망초 봉사팀은 저소득가정 아동체험 학습을 중심으로 하는 ‘知업그레이드’ 활동, 효 만찬을 중심으로 하는 ‘食업그레이드’ 활동, 그리고 사랑의 리모델링을 중심으로 하는 ‘宙업그레이드’ 활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뷰]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업은 더 많은 수익과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를 풍요하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대상으로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삼성그룹이 나눔경영 실천을 위해 밝힌 복지사업 확대계획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고자 하는 구체적 방안입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업이 경제를 지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부회장의 사회공헌 철학은 ‘함께 잘 사는 사회 창조’이다.
“인간미와 도덕성을 바탕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또한 기업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더욱 밝아질 수 있도록 어려운 이웃들과 성과를 나누는 나눔경영을 적극 실천해나갈 것입니다.”
사실 윤 부회장은 바쁜 업무와 잦은 해외 출장으로 생각처럼 자주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는 어렵지만, 사원대표들과 함께 1년에 몇 번이라도 꼭 참여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 2000년12월 말에 용산에 위치한 뇌성마비 장애아동 시설에서 ‘산타클로스’로 변장해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 주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작년 말 상계동에서 독거 노인들을 위한 ‘사랑의 도시락 배달’ 행사에 참가했던 것도 아직 생생하고요.”
삼성전자가 사회공헌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은 93년 ‘신경영’에 돌입하면서부터다. 그룹차원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경영의 일부로 반영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때부터이다. 삼성전자는 95년 장애인·환경보전·정보화사회 등 3가지 분야를 대표 공헌활동 분야로 선정한 이래 매년 이 분야에서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98년부터는 기존의 이벤트성 지원보다는 소외계층의 재활과 사회 참여를 돕기 위한 활동에 중점을 두고 시각장애인 컴퓨터 교실 운영, 장애가정학생 대상 장학금지급 등의 활동을 벌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기업도 하나의 시민처럼 책임을 다하는 기업시민 정신이 요구됩니다. 최근 시장점유율 1위를 허가나 매출이 크게 늘고 있는 러시아와 동남아 등지에서 디지털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습니다. 삼성은 이같은 사회공헌 활동으로 신뢰와 호의 증대, 브랜드 이미지 강화는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려합니다.”
윤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에 맞게 해외에서의 사회공헌 활동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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