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새로 추진하는 전자정부 사업이 초기 사업자 선정 작업에서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전자정부 사업에서 중요한 밑그림을 그리는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하는 사업자 선정이 SI사업자들의 참여 저조로 잇따라 유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니 걱정이다.
사실 전자정부 ISP사업은 프로젝트 규모가 3억∼4억원대에 불과하지만 향후 본 사업 추진을 위한 선행사업이어서 대형 SI사업자들이라면 이런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왔던 게 그간의 상례다. 그런데도 최근 두 차례 실시된 전자문서유통체계고도화 ISP사업과 온라인 국민참여 포털 BPR/ISP사업 입찰에 단골로 참여하던 대형 SI업체들마저 거의 불참하고 단 1개 업체만이 응찰하는 바람에 유찰됐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놀라운 변화임에 틀림없다. ISP사업에 응찰을 포기한 것은 사실상 본 사업에 불참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변화를 고려하면 앞으로 전자정부 시장 구도가 대형 SI업체 중심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만큼 중견사업자에게는 전자정부 시장 참여 기회가 넓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시장원리에 순응하게 된다는 점에서 변화에 대한 기대도 크다.
우리가 이번 사태를 보면서 주목하는 것은 대형 SI업체들의 전자정부 ISP사업 불참 이유다. 물론 업체마다 불참할 수밖에 없었던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간 SI업체들이 공공기관 입찰에서 예정가보다 크게 밑도는 저가로 응찰하는 사례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경우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같은 불황기에 프로젝트를 잡지 못해 안달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 전자정부 프로젝트에 불참한 단골 참여 업체들은 무엇보다 이번 ISP사업 예산규모가 너무 작고 본 사업에서 만회할 수 있는 수익성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고 아무리 전자정부 사업이라도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으면 거리를 두겠다는 뜻이라면 옳은 선택을 했다고 본다. 또 앞으로 계속 발주될 ISP사업에도 그대로 적용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는 그간 최저가 낙찰제도와 고질적인 덤핑수주에 따른 병폐를 수 차례 지적하며 정부와 관련업체에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물론 업체들이 그런 지적을 받아들였다기보다는 외형보다 실익위주로 경영해 나가겠다는 나름대로 의지가 더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제 정부도 공공사업을 발주할 때 어느 누가 봐도 타당하고 적정한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공공 프로젝트도 제대로 구축되고 IT산업도 살아날 수 있다. 특히 전자정부 구축은 단순히 정부 행정업무를 정보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기술을 이용해 행정개혁을 실현, 고객인 국민과 기업에 대한 서비스를 혁신하려는 것인 만큼 사업자들이 이런 취지에 맞게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유찰 사태를 계기로 SI업체들의 덤핑수주가 근절되길 바란다. 이는 SI업체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환경 조성도 중요하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명실상부한 전자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여기에 공무원들의 정보화마인드가 갖춰질 때 가능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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