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로 한국불교의 세계화 이루자.”
지난해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에 당선된 법장 스님은 선거공약을 통해 정보화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한국불교가 세계 속에 전파되도록 하기 위해 첨단매체를 적극 이용하자는 제안으로 불교계에서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여졌다.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우리 불교계가 정보화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26일 석가탄신일을 맞아 되짚어본 한국 불교 정보화의 현실은 IT강국 한국의 실정과 비교하면 동면 상태에 가깝다.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정보화사업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사찰(3700여 곳으로 추정) 중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곳은 15%에 불과하다. 일반 가정의 인터넷 사용률이 7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사찰의 인터넷 보급률은 일반 가정의 4분의1 수준에 머문다는 계산이 나온다.
불교계의 정보화 속도 및 수준은 기독교 등 타 종교계와 비교할 때도 현저히 낮다. 기독교 사이트가 인터넷 사이트 이용도 순위에서 500위 내에 드는 반면 불교 사이트는 3000위 내에도 못 드는 실정이다.
최근 몇년 사이에 조계사, 봉은사, 수덕사 등 교구본사급 대형 사찰을 중심으로 정보화 바람이 불고 있으나 대부분 사찰 소개를 위한 홈페이지 개설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찰간 연결망은 극히 미미하다. 전문인력 확보면에서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순복음교회의 IT인원은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100여 명에 달하지만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내 IT인력은 20명이 채 못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한불교조계종이 총무원을 중심으로 사찰 정보화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대규모 ‘IT 역사’를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총무원은 종단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지난해 조직 컨설팅을 받은 데 이어 올해는 불교신자 포교역량 강화, 불교정보사업 활성화 등을 위해 중장기 정보화 마스터플랜인 ‘종단 지식정보화 방향 및 로드맵’ 수립에 착수했다.
총무원 전산실 박맹수 과장은 “마스터플랜 수립을 외부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중”이라며 “이 결과에 따라 전사자원관리(ERP)·전자결제·검색·콘텐츠관리·보안 등을 포함하는 대규모 정보화프로젝트도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까지 세부적인 사업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IT기술과 인프라를 이용해 종단과 사찰, 사찰과 사찰, 사찰과 신자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정보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종단 및 사찰 등의 단위 정보시스템 구축은 물론 전국 단위의 네트워킹 등을 포함한, 종교계 최대의 대규모 정보화프로젝트가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총무원은 현재 총무원에서 개별적으로 운영중인 승적관리·재무관리·신도관리 등 13개 업무별 시스템을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총무원과 조계종단 소속 사찰간 정보연계를 위한 정보화 플랜도 수립키로 했다. 사찰과 신자들 간의 원활한 정보교류를 위한 대책도 마련된다.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포교활동 및 사찰정보 소개도 주목할 만하다. 석가탄신일을 맞아 대대적 개편이 이뤄지는 ‘대한불교 조계종 홈페이지(http://www.buddhism.or.kr)’, 문화부와 종단이 공동으로 구축 운영중인 ‘전통사찰종합관광정보시스템(http://www.koreatemple.net)’, 불교에 대한 깊이있는 정보를 담은 포털사이트 ‘달마넷(http://www.dharmanet.net)’ 등이 그것. 특히 전통사찰종합관광정보시스템은 내년 말까지 문화부 지정 전통사찰 890곳과 주변관광정보를 총망라할 계획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총무원은 현재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들 사이트를 연계, 통합하고 외국어 서비스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보화를 통한 한국불교의 세계화’ 서막이 활짝 열리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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