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시장에 진입했던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도태되고, 도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통신시장은 자본력을 앞세운 거대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으로 고착화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로 인해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다양한 서비스 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벤처기업들이 통신서비스 시장에 진입, 거대 사업자들과 자력으로 맞서면서 소비자들에게 가격이나 서비스 면에서 더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게 될 가능성은 없는 것인지에 대한 우려감을 내놓을 정도다.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정통부가 휴대인터넷(이하 와이브로) 사업자 선정 방안으로 언급한 ‘0차 사업자 안’은 국내 통신시장 경쟁구도의 다양화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통부의 ‘0차 사업자 안(案)’을 통한 통신시장 경쟁구도의 다양화를 언급함에 있어 와이브로와 비슷한 성격의 PHS 회선과 무선랜을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를 MVNO 형태로 제공하고 있는 일본 벤처기업 일본통신(日本通信:Japan Communications, Inc.)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통신, PHS회선과 무선랜을 결합한 MVNO서비스 제공 = 일본통신은 지난 96년 설립 이래 기업의 휴대폰 사용을 합리화·효율화 하는 ‘통신관리서비스(Telecom Management Service)’를 중심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해 오다 2001년 10월부터 PHS회선을 활용한 일본 최초의 MVNO로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사의 존재 의의에 대해 “이용자가 TV 스위치를 켜는 것과 같이 통신이나 전자기술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를 간단히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데 있다”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기업용 서비스에서는 단순한 모바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 높은 토털 네트워크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예를 들어 사이트 간 가상사설망(VPN)에 의한 보안 접속서비스, 기업 고객의 다양한 모바일 니즈에 대응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프로바이더(ASP)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통신은 MVNO가 컴퓨터 업계에서 말하는 시스템통합(SI) 역할을 무선 영역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컴퓨터 업계의 IBM이 이동통신사업자라면, IBM이 거느리고 있는 수많은 SI는 MVNO라고 할 수 있다.일반 소비자 시장에 대해서는 IBM이 직접 컴퓨터를 판매하지만 세세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가 필요한 기업시장에 대해서는 IBM이 직접 컴퓨터를 판매할 수 없다. 각 기업에 특화 된 SI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동통신 업계에서도 기업들은 자사에 특화된 서비스를 원한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기술력 있는 SI가 무엇보다 필요한데, 이러한 면에서 일본통신은 누구보다 기술력 있는 SI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77개 기업 모두에게 각기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통신은 특히 최근 들어 개인용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이 회사 개인용 서비스의 핵심은 노트북PC나 PDA에서 사용할 수 있는 6개월∼1년 단위의 통신료가 포함된 데이터통신 카드를 패키지로 판매한다는 점이다.
△원클릭으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b-모바일원’=일본통신은 패키지를 구입,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바로 무선랜이나 PHS 데이터통신을 사용할 수 있는 ‘b-모바일 원’을 지난달부터 발매하고 있다. 제품은 6개월 패키지(5만 5,500엔 정도)와 1년 패키지(9만 4,500엔 정도)의 두 가지가 있다.
이 제품의 특징은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바로 인터넷에 접속된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가 설치되면 일본통신 서버에 접속, 자동으로 사용자 인증을 하기 때문에 별도의 등록 작업이 필요하지 않다. 이용자는 화면 상에서 PHS나 무선랜 중 원하는 통신 수단을 선택해 클릭하기만 하면 된다.
[그림 1] b-모바일원 패키지
지난 3월에는 HP재팬의 인기 PDA인 ‘아이팩(iPAQ) 포켓PC’ 본체와 일본통신의 정액 모바일 인터넷 접속서비스인 ‘아아팩 b모바일 올인원(All in one) 패키지’를 출시했다. 패키지 상품 안에는 6개월간 PHS 회선과 무선랜을 사용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CF카드형 b모바일 통신카드가 들어 있다.
[그림 2] 아이팩 포켓PC 전용 CF형 데이터통신 카드
이 패키지 가격은 7만3600엔이다. PDA가 3만 9600엔에 판매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6개월 이용이 가능한 b모바일카드 요금은 3만 4000엔인 셈이다. 통상 6개월권 b모바일카드 가격이 5만5000엔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이용자는 약 2만엔 정도 저렴한 가격에 b모바일을 이용할 수 있다. 단, 이 b모바일 CF카드는 아이팩 포켓PC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이 패키지 상품을 구입하면 인터넷 접속에 더해 유료 지도정보 서비스인 ‘b-워커’를 6개월 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전용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해 설치하면 사용할 수 있다.
[그림 3] 유료 지도정보 서비스 b-워커 이용 화면
△MVNO를 통한 기업들의 통신서비스 시장 진출 = 인텔의 투자 펀드인 ‘인텔 캐피털‘은 지난 1월 일본통신에의 출자를 발표했다. 인텔은 b모바일 서비스를 센트리노 탑재한 노트북 PC에 번들로 제공한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센트리노의 세계적인 보급을 지상 과제로 삼고 있는 인텔은 b모바일을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단계‘로 평가, 출자를 단행했다고 밝히고 있다.일본통신은 향후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시대를 대비하여 가전이나 다양한 사물에 통신모듈을 탑재하는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가전의 경우 일반적인 사용기간이 3년 정도라고 보고 3년 치 통신요금이 포함되어 있는 통신모듈 가격을 가전 가격에 포함하여 받는 형태를 생각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통신서비스가 포함된 아이팩 포켓PC 패키지는 이러한 유비쿼터스시대 통신비즈니스의 형태를 미리 제시하고 있다. 향후 네트워크와 모바일 기기, 가전 등 단말, 유료 콘텐츠가 결합된 다양한 형태의 통신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벤처기업에 불과한 일본통신이 거대 통신기업들과 나란히 경쟁하며 흑자를 내고 인텔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출자를 받는 한편,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배경에는 기간 사업자의 네트워크를 빌려 MVNO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PHS회선의 사업구조가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통부가 밝힌 ‘0차사업자 안’이 비록 하나의 가안으로 제시된 감은 없지 않으나, 향후 와이브로 회선을 통한 MVNO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일본통신과 같이 통신서비스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 창출의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 한성찬(1944년생) analysis@enterkiner.com
고려대학교 정치경제대학 통계학과 졸업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 근무
現 엔터키너 대표이사 사장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일본 사례를 통해 본 와이브로 MVNO진입예상 사업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