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게이트 HDD 저가유통에 업계 고심

최근 일부 시게이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저가 유통으로 시장가격이 무너지면서 관련업계가 리셀러 가격보전 정책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1000개, 2000개씩 꾸준히 나오던 씨게이트 70GB HDD 덤핑물량이 이 달 초에는 5000개에 달해 시장가격을 무너뜨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 이 물량은 최근 씨게이트 HDD 월 판매량이 3∼4만개로 대폭 줄고 경기까지 위축된 상황임을 감안할 때, HDD 시장 전반은 물론이고 리셀러 마진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적절한 대안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덤핑물량에 대해 업계에서는 D사의 일부 리셀러에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정상가인 8만9000원보다 1만원 가량 저렴한 7만9000원에 유통가에 뿌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리셀러가 HDD를 외부납품가(OEM)로 저렴하게 받아서 이 중 일부를 유통시키자, D사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다른 리셀러에도 동일한 가격으로 물건을 공급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며 “결과적으로는 대리점 마진을 차별화하고 소비자 가격구조까지 무너뜨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씨게이트 총판 및 리셀러의 경우 4월 판매가 눈에 띄게 줄었으나 특별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신 씨게이트 본사를 상대로 공급가 인하를 요구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격이 무너지면서는 필요한 물량만 출고하는 식으로 운신의 폭을 줄이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며 “올 초 씨게이트 본사에서 공급가를 인상하면서 총판이나 리셀러 모두 가격경쟁력을 잃은 상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씨게이트는 올 초 흑자경영을 목표로 HDD 공급가격을 인상하는 한편, 리베이트 정책까지 철회하면서 ‘바라쿠다 7200(80GB)’의 경우 8만9000원까지 올랐다. 이는 그간 ‘삼성전자(8만6000원) HDD가 가장 고가’라던 통설과 비교해도 이례적일 뿐 아니라, 경기위축으로 HDD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 비해서도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씨게이트의 가격정책 때문에 덤핑이 급증한 것은 물론이고, 삼성전자에도 시장점유를 빼앗기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씨게이트에 계속해서 공급가 인하를 요구할 방침”이라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가격정상화가 쉽게 이뤄질런지는 미지수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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