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출간돼 우리나라 샐러리맨들의 조직 생활 패턴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책,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이 책의 대박신화 뒤에는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출판사 북이십일(Book21)의 독특한 IT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이 회사는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모두가 늘 온라인 상태다. 논의가 필요한 업무 대부분을 온라인 게시판 등에서 해결하기 때문. 좋은 저자 발굴과 새책 기획은 물론 회식장소 정하기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해결한다. 사장 결재도, 일산 지사와의 연락도 온라인으로 처리한다.
덕분에 경쟁 업체들은 ‘그룹웨어 사느라 돈깨나 들였겠네’라며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지만 천만의 말씀. 북이십일은 정부가 종업원 50인 미만 소기업을 대상으로 추진해온 ‘소기업네트워크화사업(http://www.bizonet.net)’을 통해 온라인 그룹웨어서비스를 ‘빌려쓰고’ 있다.
소기업네트워크화사업은 이처럼 정보화의 사각지대로 불렸던 출판사, 미장원, 음식점, 약국 등 소기업에 저렴한 비용(월 3000∼3만원)으로 정보화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말하자면, 통신사업자와 솔루션 업체가 업종별로 특화된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를 발굴해 소기업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토록 하는 것이다.
어느덧 사업 4년째로 접어들면서 성공사례도 속속 등장, 소기업 경영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고 있다. 이른바 정보화 사각지대이던 소기업 시장에서 렌트IT의 첨병으로 소기업네트워크화사업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
실제로 소기업네트워크화사업에는 현재 KT(비즈메카, http://www.bizmeka.com) 32종, 하나로통신(비즈포스, http://www.bizfos.co.kr) 28종, 데이콤(이비즈마트, http://www.ebizmart.co.kr) 38종, 한국정보통신(비즈체크, http://www.bizcheck.net) 11종, 엘리온정보기술(비즈퍼스트, http://www.bizfirst.co.kr) 8종 등 총 117종의 기능별 ASP 서비스가 개발돼 가입자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세무로(세무회계), 뷰티매니저(미용실관리), 월드베스트태권(태권도장관리), 모바일튜터(학습지선생님용), 교회마을(교회행정), 붓다누리(사찰관리), 사이버카(카센터용) 등 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서비스로 나눠져 있는 것이 특징.
이와 함께 지난 해부터 업종별로 특화된 비즈니스모델도 개발돼 본격적인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는 주로 도소매 분야를 중심으로 ▲허브형 제과점 네트워크화 사업 ▲애완동물 비지니스 포털 및 통합 ASP ▲학원 전산화 및 e러닝 ASP ▲프랜차이즈 가맹점사업자를 위한 GIS수퍼바이징 서비스 등이 개발됐다.
최근에는 제조업 분야로까지 개발영역이 확대, ▲중소형 소재 가공업체를 위한 협업적 생산재고·판매영업서비스 ▲중소형 소비재 제조사를 위한 협업적 수요관리서비스 ▲협업적 e-매뉴팩처링 지원시스템 ▲자동차 정비 산업군간 ASP연동형 멀티협업시스템 ▲공동 브랜드 프랜차이즈 ASP서비스 ▲중소 수출입 제조업체를 위한 관세환급 ASP서비스 등 7개 비즈니스모델이 추가로 채택돼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소기업네트워크화사업을 통해 제공되는 전체 서비스의 가입자수는 20만여명에 불과하다. 아직도 소기업들 대부분이 빌려쓰는 IT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효능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정보화에 대한 소기업 경영자들의 고정 관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정보화의 목적이 단순한 비용절감이 아니라 업무효율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맞춤형 IT서비스를 활용함으로써 정보화에 대한 고민과 부담을 덜게 돼 핵심 업무, 즉 사업내실화와 고객발굴 및 아이디어 창출 등에 집중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소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통부는 소기업네트워크화사업을 통해 12조792억원의 GDP증대 효과가 창출될 수 있으며 투자대비수익(ROI)도 7.4배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서비스 도입 후 바로 수익증가효과를 보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비용절감 및 고객증대에 영향을 미쳐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 소기업네트워크화사업 전담기관인 한국전산원 금봉수 e비지니스지원팀장은 “정보자원이 한정된 소기업에서 IT를 빌려쓰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맞춤형으로 개발된 온라인 서비스를 적극 활용한다면 소기업도 e비지니스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성공사례 `북이십일`
북이십일은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직원수 40명의 종합출판사. 하지만 파주출판단지에도 별도의 사무실이 있고 서교동 본사에서도 층이 나눠져 있어 직원들간의 의사소통에 불편이 적지 않았다. 때문에 이 회사 김영곤 사장(45)은 늘 정보화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솔루션의 도입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 결과, 김 사장은 물론 직원들도 IT라면 넌더리를 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12월 데이콤 이비즈마트에서 제공되는 온라인 그룹웨어 서비스 ‘온넷21(Onnet21)’을 접하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전자결재, 업무 일지, 일정 관리, 게시판, e메일, 메신저 등의 필요한 서비스가 모두 지원돼 직원들간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된 것이다. . 올해는 경영지원팀이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일괄적으로 연말정산방법을 통보할 정도로 정보화의 편리함을 만끽하고 있다.
김 사장은 “무엇보다 온라인 그룹웨어를 도입하면서 회사 내외부적인 정보와 시장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게 된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며 “이제는 정말 IT도 빌려쓰는 시대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소기업네트워크사업 BM개발현황(200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