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과학기술협력사업에 새 지평이 열린다.
존 마버거 미 백악관과학기술정책실장(장관급)과 박기영 대통령 과기정보통신정책보좌관은 28일 청와대에서 만나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생명공학기술(BT) 등의 분야에서 양국간의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연구협력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마버거 박사는 구체적으로 △정보기술(IT)를 토대로 하는 나노·생명공학기술(N·BT)의 융합모델 발굴 △나노 기반 신물질과 신기술에 대한 표준화작업 공조 △과학기술 벤처육성을 위한 공동 펀드 조성 등을 제안했고 박 보좌관이 화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배석한 김상선 과기부 과학기술협력국장은 “오는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과학기술공동위원회 이전까지 협력사업의 세부 추진방안을 조율할 예정”이라며 “실무국장급 회의였던 한·미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장관급회담으로 격상하는 것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지난 97년 500만달러를 투자해 미 버지니아에 설립한 한·미과기협력센터(KUSCO)의 연간 임대수입을 시드머니로 삼아 미 연방정부의 투자를 받는 형태로 한·미 과학기술 매칭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마버거 박사는 한·미의 국가 과학기술정책체계가 비슷한 구조여서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양국간 정보교류의 활성화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지문·홍체 인식 등 바이오매트릭스기술의 안보·보안 적용 △나노 신기술의 표준화 선도 등에 큰 관심을 표명했으며 “IT가 모든 기술의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IT·NT·BT를 융합하는 컨버전스기술에 대한 한·미 개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상선 과학기술협력국장은 “마버거 박사와 박기영 보좌관이 그간의 한·미 과학기술협력이 미흡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었다”며 “앞으로 양국간 과학기술협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미국 과기 행정체계]대통령이 관련부처 정책 조정
미국은 한국의 과학기술부와 같은 정부 조직이 없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와 과학기술 정책실(OSTP)를 통해 관계 부처의 정책을 종합 조정한다. 이번에 내한한 마버거 과학기술 고문은 OSTP를 관장하는 실장으로 대통령이 상원의 인준을 받아 임명된 장관급 인사다. 한국으로 치자면 실질적인 과기부 장관과 대통령 과기보좌관을 합친 역할과 같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 Office of Science & Technology policy)=미국의 총 연구개발 예산 1300억 달러 중 50%는 국방 분야에 사용하고 비국방 분야 중에서는 국립보건원(NIH)의 의료분야가 47%, NASA가 약 15%, 국립과학재단(NSF)이 10%를 차지한다. OSTP는 이러한 기관 간 조정임무를 수행한다. 국가나노사업(NNI)의 경우 13개 연방 기관이 공동참여하고 있는데, 기관 간 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OSTP가 전담자를 두고 조정업무를 하는 식이다.
또 OSTP는 백악관 관리예산실(OMB)과 공동으로 과학기술 예산을 조정한다. 매년 5월 예산편성 시 우선지원(priority) 분야를 담은 지침(Memorandum)을 각 기관에 보내면, 각 기관은 이를 토대로 예산을 편성한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과기부 위상변화에 상당한 참고가 될 듯하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와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PCAST)=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는 부시 대통령이 의장이며, 부통령, 과학 보좌관, 과학기술 관련 연방기관의 장, 백악관 참모 등으로 구성 돼 있다. 이 위원회는 과학, 우주, 기술과 관련하여 연방의 연구개발 활동을 최종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OSTP가 간사역할을 담당한다.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PCAST)는 대통령이 민간부문 및 학계로부터 과학기술과 관련하여 자문을 얻고자 만든 단체다. 현재 자문위 멤버로는 마이크로소프트, 델컴퓨터 회장 등 산업계와 MIT 총장, 조지아대 총장 등 학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마버거 고문은 애플 부사장 출신의 민간전문가가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미국 과기 위원회와 자문위는 나노기술(NT), 정보기술(IT), 의료 바이오기술(Medicine BT), 에너지기술, 환경과학, 국토안보기술, 인력 교육 등을 우선 지원하는 것으로 원칙을 세우고 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오명 장관·정운찬 총장 등 연쇄 방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대강당 이름은 존슨홀. 1966년 한미공동협정에 의거해 KIST를 설립할 당시 (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소) 미국의 17대 존슨 대통령이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 때 대통령 과학기술 특별고문이던 호닉(Donald F. Honig) 박사는 한국을 방문, 향후 KIST의 골격을 이루는 역할을 담당했다. 출연연구소를 비영리 독립기관으로 운영하고 산업체와의 유대 강화하는 한편 정부의 확고한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던 것.
과학기술계는 호닉 박사가 KIST 등 정부 연구소 및 한국의 과학기술 행정 체계를 갖추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최근 내한한 마버거(Marburer) 미국 대통령 과학고문은 약 40년 만에 한국을 찾아온 과학기술계의 손님. 38년 전에 미 대통령 고문은 KIST 설립을 선물했지만 오늘은 한미 과학기술 협력을 위해 찾았다.
마버거 고문은 방한 첫 날 과기부 오명 장관을 만나고 둘째 날 KIST와 서울대, 이화여대를 방문해 정운찬 서울대 총장, 황우석 교수, 임관 삼성종합기술원 회장, 여종기 LG화학기술원장 등 한국의 과학기술, 산업, 학계를 인사를 두루 만났으며 셋째 날에는 박기영 대통령 과학기술정책보좌관과 환담했다. 마버거 고문은 기자 간담회를 하고 일부 신문사와 인터뷰를 하는 등 3일간 바쁜 일정을 보냈다.
과기부는 마버거 고문이 오명 장관과의 두터운 친분으로 방한했지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고 온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하지만 마버거 고문은 과학기술을 통해 국가혁신체계를 바꾸려는 한국의 과학기술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마버거 고문은 산학연 관계자와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의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 해결 방법도 제시했다.
마버거 고문이 제시한 방법은 △초중등 학교에서 과학교육을 강화, 과학에 대한 흥미를 배가해야 하며 △대학의 이공계 학생에게 장학금을 늘리는 등 직접 혜택을 주고 △정부가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과학기술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는 것.
그는 “이공계 기피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심지어는 중국에서도 고민하는 문제”라며 “이는 경제가 발전해 이공계에 가지 않아도 삶의 질을 높이는 기회가 많아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과학기술 평가 체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국의 과학기술계에 과제 평가 등이 뜨거운 관심사이기 때문.
마버거 고문은 “미국은 과제평가를 신호등 체제로 하고 있다. 즉 빨간색이면 멈추고 파란색이면 계속 진행하며 노란색은 다시 점검하는 체계”라며 “국가 예산을 쓰는 만큼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존 마버거 실장 & 오명 장관의 인연...]
존 마버거 미 대통령 과학고문은 이번 방한 목적으로 오명 장관과의 친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2차 지구관측 장관급 회의에 참석한 뒤 개인적 친분관계가 돈독한 오명 과기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들렀다는 것. 도대체 어떤 인연이 있는 것일까. 존 마버거 미국 대통령 과학고문과 오명 장관의 인연은 지난 72년 미국 뉴욕주립 스토니브룩대에서 시작됐다. 오 장관이 이 학교 대학원에서 공학박사 과정을 할 때 마버거 박사가 많은 도움을 준 것. 오 장관과 마버거 고문은 연배가 비슷해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오 장관은 이후 명예 인문학 박사를 받았고 지난 2002년에는 이 대학에서 한국인 최초로 ‘오명 박사 석좌’를 설립하는 등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마버거 고문은 지난 80년부터 94년까지 스토니브룩의 3대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학병원을 개원하고 생명과학 분야를 미국 북동부 공립대학 중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토니브룩은 뉴욕주립대 4개의 캠퍼스 중 하나로 과학분야를 중심으로 급성장한 대학이다.
오 장관은 지난 89년 스토니브룩 사상 두 번째로 동문명예교수(유니버시티 프로페서)로 선입된 바 있다. 마버거 고문은 오 장관에 이어 지난 94년 세 번째로 동문명예교수로 선임되는 등 두 사람은 오랜 친분 관계를 유지해 왔다.
마버거 고문은 스토니대학 총장으로 성공한 이후 지난 98년에는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 소장을 지내 일련의 환경 문제와 경영위기도 타개하면서 부시 대통령 당선 이후 2001년 대통령 과학고문 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또 주원자력발전설비위 위원장, 대학연구협회 회장, 프린스톤대학 등 다수의 기관의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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