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시장 공황 우려 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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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억원의 융자금을 일시에 상환해야 하는 A벤처캐피털은 정부의 분할회수 결정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 업체는 당초 정부의 융자금 만기와 투자조합 만기가 동시에 이뤄져 상환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조합 부실이 심해지면서 자금 상황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결국 만기를 앞두고 자금 확보를 위해 알아보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100억원의 융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중견업체인 B벤처캐피털의 고위관계자도 “일시 상환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일시에 자금이 빠져나가면 회사 경영이 극도로 악화될 수 있다”며 우려감을 감추지 않았다. 97년부터 2001년까지 정부로부터 융자를 받은 VC업체들의 상당수가 이처럼 자금의 일시 상환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정부가 융자금 일시상환 정책을 고수할 경우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는 VC이 대거 쏟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들이 분할 상환을 요청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상환을 절대 못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이 VC업계의 심각한 자금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부가 벤처기업에 지원한 2조3000억원 규모의 프라이머리CBO 만기도래로 인해 벤처기업의 상당수가 디폴트 상태에 몰릴 것이며 이에 따라 이들 벤처에 투자한 VC들의 심각한 투자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올해 해산 예정인 80개 내외의 벤처투자조합이 부실 투자조합이라는 것도 문제다.

 ◇벤처시장 비관론=VC가 일시 상환 등으로 인해 자금난에 빠질 경우 이 여파는 벤처업계에 바로 미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그렇지 않아도 올들어 정부의 벤처정책이 간접지원으로 돌아서고 있는 가운데 VC업계가 자금난으로 투자에 인색해질 경우 벤처업계의 펀딩 상황은 심각해 지리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벤처캐피탈협회의 이부호 전무는 “업계가 융자금 상환으로 자금압박에 시달릴 경우 벤처투자조합 결성에 한계를 보일 것이며 이는 벤처투자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분할 상환만이 해법인가=일각에서는 업계에서의 요구처럼 일시상환을 분할상환으로 전환할 경우 오히려 VC의 부실화가 심화될 것이며 이것이 장기적으로 국내 VC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걱정한다. 특히 일부 VC가 벤처기업 지원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의 요구에 대해 무조건적 수용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 조영삼 연구위원은 “VC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유동성보다는 벤처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목적에 의해 이뤄졌다”며 “정부의 귀책사유가 크지 않은 만큼 시장논리에 따라 정책을 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