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공동화` 우려

주요 업체 R&D시설 속속 중국 이전

 국내 주요 첨단 전자업체들이 잇따라 핵심 연구개발(R&D)시설의 중국 현지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는 우리기업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여겨져 온 연구개발(R&D)기지의 이전으로 인한 딩크탱크 공동화 가능성까지 예고하는 것이어서 관련 업계는 물론 연구계의 비상한 관심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와 연구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삼성전기·LG전자·SKC·LG화학 등 국내 굴지의 첨단 제조업체들은 2001년 이후 3년간 생산기지이전 외에도 줄잡아 수십건에 이르는 R&D기지 이전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있었던 제조업생산라인의 중국이전에 이은 ‘R&D 핵’의 이전까지 의미하는 것이어서 ‘신성장동력 육성을 통한 먹거리 자급’이란 차원에서의 우려감까지 낳고 있다.

 게다가 최근 중국 기업에 의한 불법 기술유출, 복제 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종합적인 대책마련을 하지 않을 경우 이른바 ‘R&D공동화에 따른 패닉현상’까지 겪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생산·판매이어 R&D도 이전=삼성전자 DM사업부 최지성 총괄은 최근 아날로그 TV의 연구개발 본부의 중국이전을 선언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쑤저우에 중국 현지 반도체 R&D센터인 ‘반도체연구소(SSCR)’를 개소한 데 이은 삼성전자의 생산 판매 R&D 등 3대 핵심축을 중심으로 한 중국 현지화 전략에 따른 것.

 삼성전기·LG전자·LG화학·SKC 등이 브라운관, 2차 전지, 정보전자소재, 부품 사업에서 기업 핵심 아이템의 중국 R&D 센터도 건립을 속속 발표했다. 이제 중국은 세계의 제조엔진으로 뿐만 아니라 세계의 두뇌로 급부상하고 있다.

 ◇표준확보 위한 불가피론 부상=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김익수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현재중국학회 회장)은 “인텔이 무선통신용 칩세트 랜을 통한 중국시장 진입 사례에서 보듯 앞으로 중국없이 글로벌 표준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필연성을 설파했다. 그는 “국내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R&D 중국 현지화를 통해 극복하는 방안이 떠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지만수 박사도 “중국이 특히 기계, 성형, 사출뿐만 아니라 디자인 등에서 고루 우수 인력을 확보, 외국기업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며 “시장과 기술 윈-윈을 위해서 중국 R&D 진출을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중국정부도 △정부지원제도△우수 연구인력 확보 △시장 수요지원 정책 등을 통해 싱가포르, 홍콩 등에 손색없는 R&D관련 인프라 확보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선진국 수준의 국가과학기술 및 핵심 기술력 인재 수준이 선진국에 도달하고 있어 국내 각 기업은 중국의 인력과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우리의 대응책은=우리에게 중국은 독자기술확보를 통해, 때로는 대기업·중소기업을 불문한 우리의 첨단 지재권침해, 인력스카우트, 기업 인수 등을 통한 한국 추격에 혈안이 되어 있는 추격자로 인식된다. 윤종언 삼성경제연구소(SERI) 상무는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R&D 현지화 전략에 따라 국내 기술이 중국으로 대거 이전할 경우 국내 기술은 공황상태가 올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학계 전문가들은 “소니, 인텔, IBM, 노키아 등 굴지의 다국적 기업이 중국에 속속 R&D센터를 세우고 있음에도 기술 유출 우려는 나오지않듯 대중국 전략을 다시 짜고 특히 기술 보안을 신경쓰는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윤종언 박사는 “대부분의 기술유출이 기술수출 협상단계에서 이뤄질 정도로 중국은 치밀하게 한국에 접근하고 있으나 우리는 무방비 상태일 정도로 너무 중국을 모른다”며 “기술이전, 지재권 관련 부서와 법규를 숙지하는 등 다국적 기업처럼 보안에 가장 신경을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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