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휴대인터넷이 미래 한국을 먹여살릴 차세대 통신산업으로 다가왔다.
CDMA와 초고속인터넷에 이어 새로운 통신시장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현재 산업발전 추세속에서 ‘유무선통합’이라는 컨버전스형 산업의 대표주자로 기대를 모았다. 한걸음 나아가 휴대인터넷은 3세대(G) IMT2000 서비스와 4G 이동통신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성공적인 시장조성 여부가 향후 세계 통신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주도권 확보로도 직결될 전망이다.
2.3㎓ 휴대인터넷이란 한마디로 중저속 이동중에도 광대역 초고속인터넷이 가능한 서비스다. 종전 무선랜·초고속인터넷 서비스와 비교하면 이동환경(시속 60km 이하)에도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점, EVDO 등 멀티미디어 이동전화 서비스에 비해 전송속도가 현재보다 최고 10배(하향 3Mbps)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는다.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결과에 따르면 휴대인터넷은 기존 이동통신이나 일반전화 서비스에 뒤지지 않는 가입자 1인당 약 254만원의 사회적 후생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가경제 전체적으로도 생산유발효과 18조원, 부가가치창출효과 7조5000억원, 수출유발효과 6조3000억원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도 최근 국내 업계가 자체 개발한 ‘HPi’ 기술규격 초안을 확정함으로써 사업자 선정정책 수립 및 국산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관부처인 정보통신부가 특히 신경쓰는 대목은 핵심 원천기술의 확보다.국내 이동전화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CDMA 신화을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원천기술을 갖지 못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휴대인터넷 장비·단말기의 원천기술을 국내 업계가 독자 개발함으로써, 향후 4G 이동통신으로 이어지는 세계 시장에서는 국내 업계의 산업경쟁력을 한차원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미래 이동통신 시장을 대비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다행히 국내 업계가 외산에 대항할 수 있는 HPi 독자기술 개발을 순조롭게 추진중이어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HPi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국내 업계의 독자 휴대인터넷 기술규격을 인텔의 고정 광대역 무선접속기술인 ‘와이맥스’와 접목, 국제 표준화 논의를 진척시키고 있는 등 세계화 가능성도 열었다.
업계의 움직임도 올들어 빨라졌다. 정통부가 오는 7월 사업자 선정방안을 확정, 발표하기로 예정된 가운데 통신업계에서는 KT·SK텔레콤 등 양대 사업자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이들 업체는 이미 1년여전부터 관련 장비·기술 도입을 서두르면서 수차례 기술시연도 마쳤다. 이제부터는 사업권 획득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하면서 정부의 사업자 허가방침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전체 통신시장의 정체속에서 한층 치열한 경쟁환경에 놓여있는 이들 통신사업자들은 반복돼 온 관례처럼 휴대인터넷 사업자 선정구도에서도 적지 않은 신경전을 벌였다.
KT를 위시한 유선사업자들은 “이번 기회에 역차별을 당해왔던 유선사업이 활로를 찾아야 한다”며 유선사업자에 대한 우선적인 배려를 요구하는 반면, SK텔레콤 등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전통적인 무선사업의 영역이라며 역공을 펼치면서 모두 사업권 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술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정통부의 사업자 선정정책을 확정해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중에는 사업자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장비업체들도 바빠졌다. 우선 시스템·단말기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와 포스데이타가 국내 표준을 제안했으며, LG전자·오쏘트론 등이 개발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이 부문 표준을 주도해 시스템은 물론 기지국장비·단말기 부문서 다른 업체들에 앞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포스데이타·오쏘트론 역시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등 개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밖에 SK텔레텍·KTF테크놀로지스 등은 단말기 부문에 참여할 기세다. 중계기 분야에서는 쏠리테크·영우통신·에이스테크놀로지·에프알텍·지티엔티·하이웨이브 등이 적극적이다. 쏠리테크는 셀 크기를 확대해 경제적으로 기지국 신호를 원격 장소에 전달할 수 있는 시분할방식(TDD) 중계기 개발에 나설 예정이며, 에프알텍 등도 휴대인터넷 중계기가 CDMA 이후 유망사업으로 보고 이 부문 참여를 서두르고 있다.
최근에는 KT·KTF·삼성전자·포스데이타·시스윌·디지털웨이브·코아세스 등 서비스·장비·콘텐츠·솔루션 관련 50여개 업체들이 공동 참여하는 휴대인터넷 협의체 ‘휴대인터넷이니셔티브(PII·초대의장 박영일 시스윌 회장)’가 결성되기도 했다. 민간 차원의 발빠른 대응을 통해 상용화 초기부터 시장활성화를 모색한다는 의욕인 것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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