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LP(long player)레코드를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음악을 들었던 시대가 있었다. LP는 언제부턴가 사라져 이제는 LP판으로 음반을 내는 가수나 음반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날로그 음악으로 대표되던 LP가 이제는 디지털로 대표되는 CD로 변화했다. 그렇다면, 필름으로 돌아가는 영화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영화 역시 디지털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디지털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영화 산업의 일대 변혁을 몰고올 것이라고 장담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벤허코어퍼레이션(http://www.benhur.co.kr)의 허은 사장(31). 허 사장은 다소 젊은 나이지만 영화 디지털화를 추진해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는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디지털마스터링(Digital Mastering)’이라 불리는 영화 디지털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그가 이런 생소한 일에 매달리게 된 것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컴퓨터그래픽(CG) 사업을 했던 아버지로부터 개인교습을 받으며 이 분야와 연관을 맺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란 것이 컴퓨터그래픽 처리와 영화 편집의 디지털화였습니다. 이런 환경 탓에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 자연스럽게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허 사장은 특히 영화 디지털화에 애착을 보이셨던 아버지가 갑작스런 과로사로 유명을 달리하시면서 아버지의 뜻을 이어 디지털마스터링 국산화에 매달렸다. 그는 대학에서 기술 분야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어렸을 적부터 쌓은 실력을 바탕으로 어느 엔지니어 못지 않은 디지털 마스터링 실력을 자랑한다. 지금도 관련 솔루션 개발에 매달리며 밤을 지새우는 것이 다반사다.
허 사장은 1993년부터 충무로 영화계를 뛰어다니며 영화 산업의 디지털화를 외치고 다녔다.
영화사와 극장 운영회사조차 모르는 영화의 디지털화를 일일이 강의하며 개념을 일깨우는 데 주력했다.
수년간 밤낮없이 영화사와 극장문을 두드리던 허 사장은 지난 2000년 국내 최초로 서울시네마에 디지털 극장을 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때 허 사장은 디즈니의 3D 애니메이션이었던 ‘다이노소어(Dinosaur)’를 디지털 상영했다.
해외에서 디지털로 제작된 영화라 할지라도 국내에서 상영하려면 다시 아날로그 필름 형태로 작업을 진행해야 상영할 수 있다. 그러나 허 사장은 이런 불필요한 작업을 없애고 더욱 선명한 화질의 디지털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국내 최초의 디지털 영화 상영이었다.
필름을 걸고 영사기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작업을 컴퓨터 워크스테이션과 프로젝터를 사용하는 디지털 극장으로 구현했다. 그러나 이런 성과를 거둔 후에도 필름을 돌리는 영화 산업을 디지털로 바꾸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허 사장은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 투자작이었던 ‘원더풀 데이즈’의 디지털화에 승부수를 던졌다.
“모든 작업이 디지털로 제작되는 원더풀 데이즈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원더풀 데이즈는 완전히 디지털로 기획된 영화였지만 우리가 디지털 마스터링 참여와 디지털 상영 결정을 얻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2년간의 설득과 노력 끝에 허 사장은 원더풀 데이즈 전편에 대해 디지털 마스터링 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고 2003년 대한극장에서 디지털 영사를 이뤄냈다. 이 작품은 또다시 2003년 유럽 영화 전시회인 IBC에서 디지털 상영돼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했다.
“이 전시회에서 한국 영화가 디지털 상영되자 전세계 영화인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일본 기술이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IBC위원장은 훌륭한 디지털 영화 기술에 감사한다는 인사를 건넸습니다.”
허 사장은 이때 영화의 디지털화를 추구하는 자신을 다시 돌아봤다고 말했다. 한국인으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디지털 상영을 해낸 것이 자랑스러웠다고 그는 웃어보였다.
그는 최근 상암동에 위치한 한 극장에 상설 디지털 극장 시스템을 설치하고 제 1호 디지털 극장을 구현하는 성과를 거뒀다. 10여 년의 노력 끝에 국내 영화 산업의 새로운 인프라가 될 디지털 극장 구축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디지털 영화는 혁명입니다. 이제 그 혁명이 시작될 것입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필름산업을 공해 산업으로 지정했으며 영화 배급사인 월트디즈니는 올해부터 제작되는 영화를 디지털로 배급하는 등 영화 산업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은 100개의 디지털 영화관 구축작업이 이미 시작됐으며 일본 전역에는 30여 개의 디지털 영화관이 들어서는 등 전세계 영화계가 디지털의 거대한 물결을 받아들이고 있다.
허 사장은 “이런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영상·오디오·컬러·편집 등을 모두 디지털화하는 디지털 마스터링 솔루션을 개발했다”며 “소니픽쳐스·월트디즈니·MGM 등 세계적인 영화 배급사의 사양을 모두 맞출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자부했다.
지난 10년을 뒤로하고 앞으로의 10년을 기다리는 허 사장. 그는 향후 10년 내에 디지털 시네마 중앙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터넷과 위성을 통해 영화를 배급·상영하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시대를 대비해 디지털 시네마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영화 콘텐츠의 암호화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는 “국내 디지털 시네마의 완벽한 구축을 위한 새로운 10년을 계획하고 있다”며 “디지털 영화 콘텐츠 제작에서 컴퓨터 그래픽, 디지털 마스터링까지 영화의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아버지에게서 이어받은 디지털 영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젊은 그의 눈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약력
1993년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 광고홍보학과
1997년 (주)보문전자 - 국내 최초 온라인 멀티미디어 수출
1998년 (주)컨텐츠 밸리 공동창업
2000년 (주)벤허코퍼레이션 대표이사
2000년 국내 최초 디지털 시네마 솔루션 발표
2001년 ‘아치와 시팍’ 디지털 마스터링 및 최초 디지털 상영(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2002년 ‘오버 더 레인보우’ 디지털 마스터링
2003년 ‘원더풀 데이즈’ 국내 최초 개봉 영화 디지털 마스터링 및 상영
2003년 ‘지구를 지켜라’ 예고편 디지털 마스터링
2003년 ‘원더풀 데이즈’ 국내 최초의 국제 방송 컨퍼런스(IBC Dcinema)에서의 디지털 상영
2004년 ‘어깨동무"’한국 영화 최초의 실사 필름영화 마스터링
□내가 본 허은 사장: 심준형 이모션 B2B사업본부장
21세기의 문턱을 지나면서 디지털의 시대가 너무도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디지털’ 하면 한때 꽤 유명하던 ‘돼지털?’이라 되묻던 노인이 등장하는 TV광고가 생각나는데 실제로 그 장면보다도 더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벤허 코퍼레이션의 허은 사장이다.그는 국내 디지털 시네마 업계의 ‘제1의 전문가’로 불린다.
젊은 나이에도 그런 평가를 받는 것은 그가 가진 젊은 패기와 열정 때문만은 아니다. 5년 전, 디지털 문화와 관련한 한 세미나장에서 만난 그는 참 큰 사람이었다. 187㎝에 가까운 큰 키에서 나오는 건장한 청년의 외형적 모습뿐만 아니라 디지털산업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디지털에 관한 깊은 애정에 감명을 받았다.첫 만남 이후 이제는 늘 가까이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IT의 역동적인 변화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그가 가진 유쾌한 유머감각과 전문적인 지식은 언제 어느 곳에서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하다. 처음 허 사장을 만났을 때만해도 디지털 시네마에 관한 사업 계획에 대해 허사장이 열변을 토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10년 후에나 일어날 일들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현재 벤허코퍼레이션이 일구어낸 사업의 실적들을 보면 디지털 시네마가 바로 곁에 와 있는 듯하다. 5년 내에 디지털 시네마 세상으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하던 허사장의 그간의 피땀어린 노력들이 눈에 선하다. 그의 디지털 사랑은 참으로 여러 군데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허사장은 경영자이며 뛰어난 전략 마케터, 디지털 영상· 멀티미디어· 음향 분야 디지털 기술자, 나아가 디지털 예술가다. 디지털 시네마 사업분야를 총 망라해 A-Z까지를 다 맡겨도 될 만큼 여러 분야의 전문가다. 그가 여러 분야의 디지털 전문가로 인정받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를 몰랐더라면 가끔 허사장의 그런 다양하고도 뛰어난 재주에 부러움을 넘어선 질투의 감정까지 느꼈을 것이다. 디지털 시네마 사업에 나의 20대를 바쳤노라라고 당당히 말하는 허사장이 앞으로도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더 큰 열정을 가지고 사업을 펼쳐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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