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기상관측 100년]기상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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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 예보가 단순히 천재지변을 예측하는 차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최근 들어서는 한 국가의 경쟁력과 사회 문화 환경을 좌우하는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 시대를 맞아 지구 차원의 생존권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한 일명 ‘마샬 보고서’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 국방성이 제출한 이 보고서에는 ‘향후 20년후 기후 변화가 국가의 독자생존 여부를 결정짓는 데 중대한 변수로 등장하며 이에 따라 한국과 북한 등의 몇 국가가 핵을 보유하게 되는 명분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기후 변화가 식량과 에너지 문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결국 세계 질서를 변화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NASA와 맞먹을 만한 지구관측 관련 조직과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이미 미래 기상변화가 미칠 전 지구의 생태계 변화는 물론 정치적 상황에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세계 기상의 날(23일)은 우리에게 더욱 남다르다. 올해가 우리 나라 근대 관측 1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근대 기상 관측은 지난 1904년, 목포 등지의 전국 5개소에서 처음 실시됐다. 일제 강점기에서 쓰여진 근대 기상 역사를 벗어나면 새로운 사실이 보인다. 우리 나라 관측의 역사는 세종 23년(1441년) 측우기가 만들어진 500년전부터 이어진다. 이 때문에 기상학 관계자들은 우리나라가 이탈리아나 프랑스·영국보다 관측을 먼저 시작한 것은 물론 특히 관측 장소를 한 곳에서 시행하지 않고 이미 전국 단위에서 시행한 선조들의 과학적 판단을 높이 사고 있다. 근대 기상 100년을 맞는 우리나라는 향후 100년을 향해 새롭게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편집자 주> 

 정보통신 기술이 기상관측 및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은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다. 전문가들은 “한 국가의 과학기술 수준을 보려면 그 나라의 기상 인프라를 보면 된다”고 말한다. 관측과 분석, 예보로 이어지는 기상 예보 체제에는 컴퓨팅 파워는 물론 과학모델링·네트워크·위성 및 레이더 등 각종 첨단 과학 장비와 IT 기술이 총 동원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근대 기상 100년 역사는 IT 고도화와 직결돼 있다. 지난 56년 세계기상기구(WMO)에 68번째로 가입한 우리나라는 50년대 컴퓨터를 도입했다. 60년대 기상관측 레이더를 가동했고 80년 기상위성 수신업무를 개시하는 등 관련 인프라를 꾸준히 개선해 왔다. 슈퍼컴퓨터 도입을 기준으로 하면 30년, 기상 인프라 중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수치예보를 기준을 할 경우 선진국에 비해 10년 정도 늦었다. 하지만 비관할 상황은 아니다.

 특히 오는 2008년에 도입될 우리나라 방송통신용 다목적위성 안에는 처음으로 기상관측센터가 탑재될 예정이어서 우리도 자체 위성을 통한 관측 인프라를 확보하게 된다. 올해 도입될 예정인 10테라플롭스 규모의 슈퍼컴퓨터와 함께 국내 기상 인프라는 다시 향후 100년을 향해 첫 발을 내딜 준비를 마친 셈이다.

 ◇2006년 종합정보시스템 재구축 예정=95년 가동된 기상정보시스템은 그간 각 지방관서의 워크스테이션(선)에서 기상자료를 입력하면 본청 중형급 서버(SGI)를 통해 다시 각 관서로 전송하는 분산형 구조였다. 기상청은 웹 기반의 중앙집중식 구조로 구축, 전국 누구나 각자의 PC에서 기상청 내외의 모든 기상자료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종합기상정보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2001년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이 시스템을 통해 기상청은 세계기상통신망(GTS)에서 수집되는 전세계 기상자료를 포함해 각종 기상자료를 저장할 대용량 저장장치를 도입했다. 이 자료를 웹 방식으로 검색 및 그패픽 표출 방식으로 분석토록 했다. 대형 메인 서버를 중심으로 해 소형 장비로 GTS 자료 송수신 담당 서버, 민간예보사업자 및 유관기관 자료 송수신을 담당할 외부기관지원서버 등 3가지로 구분해 어느 하나의 장애가 발행해도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했다. 3가지 핵심 서버는 모두 두대의 클러스터로 구성했다.

 기상청은 2006년에 종합기상정보시스템을 재구축할 예정이다. 기상청은 이를 위해 내년 기상 정보 서비스 관련 BPR을 우선 시행할 계획이다.

 ◇의사결정시스템으로 변신하는 기상분석시스템=예보관들이 기상 예보를 하기 위해 최종 대면하는 정보 제공 시스템 FAS( Forecaster`s Analysis System)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기상청의 핵심 IT 인프라다. 기상청 및 기상연구소가 새로운 예보지원 기능 및 대화형 표출 도구가 포함된 예보관용 워크스테이션 공동 개발을 위해 지난 2000년 4월 미국 미국 NOAA 및 FSL(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Forecast Systems Laboratory)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이 시스템의 개발이 추진됐다. 1단계 결과물로 도출된 FAS는 낙뢰탐지시스템과 도플러 레이더를 비롯한 새로운 관측시스템으로부터 나오는 자료들과 웹 기반의 기상자료표출시스템인 ‘MIS(Meteorological Information System)’·무인자동기상관측장비(AWS) 등을 통해 수집된 각종 자료가 하나의 통합DB로 모아진 후 여기서 예보 자료를 도출해 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기상청은 미국이 고가의 유닉스 서버로 인프라를 구축한 데 비해 리눅스 기반의 소형 PC서버를 도입해 미국이 현재 리눅스 기반으로 다운사이징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FAS는 오는 2006년경 기능이 ‘뇌우실황예측시스템’ 기능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이 때 FAS는 돌발상황처럼 발생하는 집중호우에 대해 시스템이 자동분석해 의사결정 내릴 수 있는 첨단 시스템으로 재탄생 될 예정이다.

 ◇초고속통신망 기반 통신 인프라 극대화=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보 유통량을 고려할 때 통신회선 또한 기상 인프라의 핵심이다. 50년대 이전에는 무선모르스전신(CW:Continuos Wave), 60·70년대에 무선인쇄전신기(RTT:Radio Teletype)와 SSB(Single Side Band) 기반의 무선통신이 이용됐다. 85년 기상통신전산기(TANDEM-TXT 장비) 사업을 하면서 모뎀(488bps)을 통한 자료송수신 인프라로 바뀌게 됐다. 국내 기상 통신 인프라는 1996년 국가적으로 추진하던 초고속국가정보통신망구축사업에 힘을 얻어 말 그대로 한 단계 점프하게 된다. 전국의 기상관서를 고속다중화장비(T1-MUX)를 사용하여 T1급으로 연결하고, 라우터를 도입해 실질적인 라우터기반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 결과 실질적인 AWS 자료 실시간(매분)자료를 수집하는 체제를 갖추게 됐다. 지난 99년에 본청-지방청이 처음으로 ATM-WAN 망으로 교체된 이후 2001∼2003년까지 지방청-기상대, 기상대-관측소간에도 ATM-WAN망으로 교체됐다.

■인터뷰: 이완호 기상청 정보화관리관

“우리 나라 과학 기술 현주소를 기상 인프라로 보여줄 때가 머지 않았습니다.” 지난 3월 새롭게 부임한 이완호 기상청 정보화관리관이 기상 분야에 갖고 있는 자부심이다. 새로운 기술이 어느 곳보다 빨리 응용되는 현장이 바로 기상 분야인데 기상청이야말로 우리 나라 과학 기술의 현 주소가 아니겠냐는 것.

 이 정보화관리관은 “ETRI와 같은 국책 연구기관에서 개발된 각종 신기술을 기상 분야에 적극 활용하는 정부 차원의 정책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향후 진정한 의미의 양방향 서비스 차원의 기상 정보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선 다양한 정보 단말에 기상 정보가 쉽게 뿌려져야 하는데 관련 기술은 이미 여러 연구기관에서 개발해 놓았기 때문에 접목해 볼만 하다는 설명이다.

 근대 기상 100주년을 맞는 올해 ‘개방직 CIO 2호’로 발탁된 이 정보화관리관은 부임 한달이 안됐지만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다. 우선 당장 980억원 규모의 대형 슈퍼컴퓨터 2호기를 공정하게 도입해야 한다. ‘방재’ 차원에서 범 국가적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국가 기상정보 공동활용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도 그의 몫이다. 내년에는 기상청 핵심 시스템인 종합기상정보시스템 재구축을 위한 작업도 착수해야 한다.

 이 관리관은 서울대 기상학과 졸업 후 기상 분야에 계속 몸담아 청내 많은 인사들과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됐다. 미국 텍사스대 A&M 기상학 박사를 졸업한 후에는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에 근무하고, 지난 97년에는 첨성대라는 민간기상업체를 직접 설립하기까지 했다. 민간기상업체는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특수목적을 가진 집단에게 기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펼치는 회사로 현재 국내에는 10개 업체가 있고 이 관리관은 최근까지 민간기상사업자연합회 회장도 역임했다.

 “우리 나라가 보유한 기상 관련 정보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 정비가 시급하다”는 이 관리관은 “특히 재난 발생 시 관계 기간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내 기상 분야 전문가라면 누구나 동의하는 고민에 이 관리관 역시 한 표를 던진 셈이다.

■국가기상자료센터 왜 필요한가

기상청이 국가기상자료센터(국가 기상정보 공동활용시스템) 구축에 착수한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지만 최근 몇년간 우리 나라가 겪은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전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 엘리뇨 등 기상 이변에 따른 자연재해는 이미 ‘자연스러운 일’이 됐고 그 규모도 대형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상기온이나 급작스런 폭우, 폭설 때문에 대형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기상 재난을 막으려면 시스템을 고도화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 정확한 예측을 기대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 나라는 중요한 것 하나를 놓치고 있다. 관련 정보가 기상청 외에도 많게는 수십여개 정부조직에서도 수집되고 있음에도 이 정보들이 공유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기상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정부 관련 유관 조직은 16개 부처를 포함한 43개 기관이다. 기상청의 기상관측소는 55개에 불과하지만 43개 유관기관의 관측소는 무려 2800개에 이른다. 결국 우리는 3천개의 기상관측소를 갖고 있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그러나 여기서 발생되는 자료는 표준화가 돼 있지 않아 서로 공유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신뢰성 측면에서도 검증 받아야 한다.

 현재 우리가 보유한 자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경우 NOAA(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산하 국가기후자료센터(NCDC), 국가해양자료센터(NODC) 등을 운영하고 있다. NCDC는 50년에 설립, 미국 내 유관기관에서 관측된 모든 기상자료를 통합관리하고 서비스한다. 일일 생성되는 DB가 무려 55GB 수준에 이를 정도다.

 유럽의 경우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를 가동, GTS를 통해 실시간 자료를 수집한 후 회원국에 각종 기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 기상청은 ECMWF와 별도로 수집자료에 대한 자동 품질관리를 실시하는 것은 물론 자체 데이터센터도 운용하고 있다.

 국가기상자료센터의 설립이 선진국 형태의 국가적 재난 방지 시스템을 갖추는 출발점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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