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휴대폰 시장 ’한국의 확대판’

삼성·LG 이어 팬택 가세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작년 3분기 북미시장 휴대폰 점유율

 북미시장의 지형이 최근들어 한국시장의 ‘확대판’으로 변모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북미 시장에서 크게 선전하고 있는 데 힘입어 팬택&큐리텔을 필두로 텔슨전자·SK텔레텍·세원텔레콤·KFT테크놀러지스 등 국내 주요 휴대폰업체들도 진출을 시도하고 있어 북미시장이 마치 한국시장의 경쟁구도를 확대해 놓은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LG, 삼성 맹추격=삼성전자는 스프린트 등 북미 5대 이동전화사업자에 골고루 휴대폰을 공급하며 국내 휴대폰업체 중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12.0%)을 기록중이다. 하이엔드 제품을 중심으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쌓은 데다 미국의 양대 CDMA 사업자 중 하나인 스프린트PC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주효한 결과다.

 최근에 그동안 관계가 소원했던 미국의 최대 이동전화사업자인 버라이존에도 최신 제품인 로터리 폴더형 휴대폰을 공급, 시장점유율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LG전자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국내와 달리 북미에서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LG전자는 버라이존을 중심으로 휴대폰 공급량을 늘리면서 지난 3분기에 11.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불과 0.8%포인트 차이다. CDMA 휴대폰 물량은 오히려 삼성전자보다 많다. 다만 브랜드와 GSM 휴대폰 시장에서 밀리는 게 흠이다.

 LG전자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달 미국의 최대 GSM 사업자인 싱귤러에 처음으로 제품을 공급, 추격전을 시작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북미 지역은 고부가 기능을 갖춘 다양한 카메라폰 출시를 통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며 “CDMA 휴대폰처럼 GSM 휴대폰에서도 시장점유율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큐리텔 경쟁 ‘가세’=국내에서 3위 메이커로 자리를 굳힌 팬택&큐리텔도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비록 독자브랜드가 아닌 미국의 오디오박스를 통해 휴대폰을 공급하지만,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버라이존에만 휴대폰을 공급해오던 팬택&큐리텔은 이달 처음으로 스프린트에 휴대폰을 공급했다. 올해 북미시장에만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난 600만대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1000만대를 공급해 북미시장에 연간 1200만∼1500만대를 공급중인 삼성·LG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계획이다.

 팬택&큐리텔 관계자는 “북미에서도 국내처럼 삼성전자의 뒤를 LG전자와 팬택&큐리텔이 추격하는 양상”이라며 “올해는 국내 업체간 서바이벌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급물량 확대보다는 독자브랜드를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지금처럼 제조자설계생산(ODM) 방식으로는 아무리 공급물량을 늘려도 세계적인 업체들과 맞설 수 없기 때문이다.

 ◇전망=북미 시장과 국내 시장의 다른 점은 국내에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퇴출당한 노키아와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모토로라가 3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 3위 삼성전자와 4위 LG전자가 이들과 격차를 어느 정도 좁히느냐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2∼3년 내에 지금의 양강 구도는 다자 구도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매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나홀로 독주’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와 중국에만 머물렀던 국내 중견·중소 휴대폰업체들은 물론 이동전화서비스 단말기 자회사들까지 북미시장에 진출, ’메이드인코리아’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의 휴대폰 관계사인 SK텔레텍 관계자는 “중국 휴대폰 수출이 시들해지면서 북미가 전략 시장으로 떠올랐다”며 “북미는 한국 업체들이 이미 진출해 시장 진출도 용이한 편”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