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메가트렌드 심포지엄]IT의 사회문화적 영향 연구

 “IT가 한국 사회의 미래를 형성하는 핵심 동력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주최로 1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막된 ‘21세기 한국 메가트렌드 심포지움’은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문화·인문·사회복지 분야에서 IT발전으로 벌어지고 있는 변화상을 조명하고 미래 대응 전략에 대한 대규모 연구 결과를 제시하는 의미있는 자리이다.

메가트렌드 연구는 IT의 급속한 확산이 한국 사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으며 이같은 사회 변동의 영향과 파장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번 최종 심포지움을 통해 제시된 연구 결과물은 지난 1년간 진행된 5개 영역의 54개 세부 연구 과제이며 향후 2∼3년에 걸쳐 2단계에서는 행정, 복지, 교육 등 사례 연구 영역을 확대하고 3단계에서 그랜드 이슈 제시 및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심포지움 가운데 첫날 발표된 분야별 연구 결과물을 정리했다. 이행사는 전자신문·중앙일보·SBS 등이 공동 후원한다.<편집자주>

◇지구촌 시대의 한국사회 변동-사회 복지 분야=김성국 교수(부산대 사회학과)

한국 사회에서 붉은 악마, 촛불 시위 등 그동안 고립·분산됐던 시민 운동의 힘은 인터넷을 통해 네트워크화됐다. 정보통신 기술에 의해 이같은 긍정적인 변화상이 도출됐으나 사이버 역기능, 사회 불평등 심화 등 위험 요소도 잇따라 이에 대한 재난관리 체계 수립이 절실하다.

21세기 초반에는 △ 지정학적 각축 △ 가치규범의 혼재 △ 권력기반의 변화 등으로 인해 근대주의와 탈 근대주의 간의 공존, 갈등, 접합, 잠식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예측 가능한 주요 사회적 메가트렌드로 ‘정복자 또는 희생자가 될 것인가’, ‘도덕 또는 악’ 등 이른바 ‘V의 시대’ 도래를 영순위로 꼽을 수 있다. △수직적 권위 체계의 신속하고 광범위한 해체 △ 합리적 상대주의·불신주의 확산 △ 성적 일탈 또는 해방의 가속화 등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또 한국 사회에서는 북한·총선 등 정치적 변수, 경기·실업 문제 등 경제적 변수, 신행정수도 등 사회적 변수가 교란 요소로 작용한다.

‘위험사회와 생태적·사회적 영향’을 살펴보면 사이버 중독, 개인정보 침해 등 정보통신 기술에 대한 의존도 심화에 따라 사회적 위험 요소도 가중됐다. 또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기존과 다른 형태의 정보 격차를 야기했다. 정보사회의 불평등 현상에는 경제자본에 기초한 접근격차뿐 아니라 사회·문화 자본에 근거한 접속 및 문화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기존 정보격차론에 대한 비판적 재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세계화와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야기되는 대대적인 문화 출동과 갈등에 대해서도 세대충돌 등 우리 안의 문화 충돌 사례 등을 포함한 본격적인 토론이 요구된다.

◇디지털 혁명과 거버넌스-정치·행정 분야=임혁백 교수(고려대 정치학과)

현재 한국 정치의 시간은 ‘전근대’, ‘근대’, ‘탈근대’ 라는 비동시적 역사적 시간이 공존한다. 가신정치, 연고주의 정치로 대변되는 전근대적 정치가 여전히 존재하며 산업화, 민주화는 완성했으나 완전한 근대 국민국가 형성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4.13 총선시민연대, 노사모 등 디지털 혁명으로 한국 정치에도 탈근대적 요소가 들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21세기 한국 정치의 메가트렌드는 전근대의 청산 및 근대의 완성, 탈근대로의 진입을 통한 선진 민주주의와의 시간적 지체 현상을 극복하는 것이다.

인터넷 민주주의는 수동적 소비자를 적극적 참여자로 격상시키고 정치 투명화, 저비용·고효율 정치, 고객 만족의 정치를 앞당긴다. 이미 한국에서도 디지털 정당, 인터넷 선거운동 인터넷 정치헌금 등을 통해 디지털 정치에 한 발짝 다가서는 추세이다. 디지털 정부, 즉 전자정부는 산업화 시대의 정부와 달리 온라인 공간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망 접속을 통해 수평적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성향을 지닌다.

결론적으로 IT 시대의 정치는 거번먼트(Government)에서 거버넌스(Governance)로 이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국가-시장­시민사회가 혼합된 거버넌스를 고려해볼 수 있다. 거번먼트 체제는 통치, 경성권력, 국가의 독점적·배타적 권위가 특징이라면 거버넌스 체제는 협치, 연성권력, 정부·시민사회단체·기업 등의 다중적 권력 공유, 유연적·수평적·분권적 사회로의 이행이 두드러질 것이다.

정치·행정 메가트렌드에 대한 세부 과제로는 △ 동북아 평화공동체의 형성 △ 남북 통합 △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조정 △ 헌정구조의 개혁방안 등을 다양하게 고찰했다.

◇한국 문화변동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심리·문화 =최양수교수(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역사적으로 또한 미래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인간이 일과 놀이를 하고 이러한 행위를 타인과 의사소통 하면서 수행한다는 것이다. 또한 변하지 않는 사실은 시대에 따라 정도 차이는 있으나 사회적으로 부와 권력이 비대칭적으로 분배된다.

그러나 IT 기술의 채택으로 일과 놀이의 내용과 형식, 커뮤니케이션의 양식이 변하며 IT 기술이 더욱 발달하고 보편화되는 미래에는 사회적으로 부와 권력이 편중되는 양상이 과거와 달라지게 된다.

구체적으로 일상 생활에서는 영화관람, 홈뱅킹, 홈쇼핑 등의 ‘사회적 활동의 사사화(私事化)’가 심화되고 미디어 소비에 있어서도 하나의 미디어 상품을 소비하는 수요자의 규모가 작아지게 된다. 이와 동시에 미디어 상품은 더욱 글로벌화돼 시장이 좁혀지는 동시에 넓혀지는 역동적인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시간과 공간 제약을 뛰어넘는 다감각적인 미디어가 보편화된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으로 등장할 것이고 우리 몸은 지문인식, 홍체인식, 몸에 칩을 내장하는 등의 기술로 개인과 환경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IT가 우리 문화의 미래에 미칠 영향의 단초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현상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인터넷 언론, 얼짱·몸짱 신드롬, 동호회와 번개모임의 확산 등은 전통적인 문화 권력을 해체하는 기능을 갖고 있으며 이들은 여전히 주변문화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즉 앞으로는 중심문화의 주변문화와 중심문화에 의한 주변 문화의 포섭이 역동적으로 진행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IT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채택과 활용의 정도에 있어서는 세대간의 격차가 심한 상황이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세대간의 격차 외에도 소득과 교육수준에 따른 격차가 발견되고 있는데 향후 일정 기간 우리 사회에서 문화에 관한 한 세대간의 갈등이 핵심 이슈로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한국 경제의 미래-경제·경영 분야=이지순 교수(서울대 경제학과)

디지털 경제가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전환과 체질 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디지털 경제는 한 마디로 ‘구경제(Old Economy)’를 ‘신경제(New Economy)’로 바꾸어 놓고 있다.

경제의 디지털화는 거래 비용의 획기적인 절감을 가져와 경제 활동의 규모를 증대시키며 그 내용을 다양화하는데 공헌하고 있다. 이 결과 모든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더욱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게 된다.

경제의 디지털화는 지금까지 지배해온 ‘수확체감의 법칙’을 ‘수확체증의 법칙’으로 대체시킴으로써 지속적인 성장 발전을 가능케 하고 있다. 또 건전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일반화시키고 국경 없는 경제 활동을 일상화시켜 지식노동자가 경제 활동의 중심이 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제도, 관습, 정책, 인식이 경제의 디지털화에 얼마나 공헌하고 있는 지는 살펴봐야 한다.

경제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 지 확고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자율적 해결 정신이 약해 지나치게 관에 의존하는 점, 모든 사람이 똑같이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확고한 평균 사상, 다른 나라 또는 타민족에 대한 폐쇄성은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이러한 인식과 관념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인식, 관습에 그치는 게 아니라 경제의 제도, 정책, 기구와 경제주체간의 관계로 구체화돼 나타나 창의성, 다양성, 신축성, 다중성, 개방성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제에 반하기 때문이다.

현재 근원적인 변화 단계에 따르는 저항, 장애요인으로 인해 주춤거리고 있지만 디지털 경제화는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으며 이를 만든 힘은 정보 통신 기술의 지속적이고 획기적인 발전에 있다는 데 의견을 달리할 수 없다.



 

◇정보사회에서의 인권과 규범-철학·인문=황경식 교수(서울대 철학과)

IT를 비롯한 고도 과학기술의 발달은 자아 정체성, 인간관, 자아분열과 통합 등 인간의 내면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유발한다.

고도 기술 사회의 철학적인 대추세는 ‘탈구조화, 연성화 혁명의 시대’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따른 다중 자아, 사생활 보호, 전통 공동체 개념의 해체 등이 지속적인 이슈로 부각된다.

특히 사이버 공간은 시·공간 압축이라는 효율성 극대화와 함께 정보 인권 침해와 각종 사이버 범죄를 양산하는 위험공간이라는 이중성을 지닌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은 사이버 공간의 경계를 넘어서 현실 공간에서 사회 복지 지원 등의 변화를 통해 모색해야 한다.

사이버 문화의 확산으로 대두된 ‘다중자아’ 문제도 현실공간에서의 자아 정체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사회 전반의 규범 및 인간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다중자아는 가상 현실이 현실과 무관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전제를 명심하고 현실 자아와의 통합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익명성의 문제 역시 다중 자아, 복합 정체성의 문제와 맞물린다. 이는 분열적 자아의 통합과 타자를 인정하는 것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특히 철학·인문 분야의 21세기 메가트렌드는 정보격차(Digital divide)의 완화 및 해소와 보편적 접근권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보 사회는 다수의 정보 공유를 통한 평등화를 낳았으나 자본주의적 빈부 격차의 연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정보 사회에서 소외된 다중에 대해 사회 정책적 배려와 교육적·문화적 접근을 병행해야 한다.

변화하는 성윤리와 포르노그라피, 생태위기와 환경윤리, 소유권 개념의 변화와 지적재산권 문제 등도 철학·인문 분야의 메가트렌드를 고찰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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