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업체 잇따라 사무소 개설
‘영국을 발판삼아 유럽으로’
영국이 우리 문화콘텐츠 상품의 유럽진출 교두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영국은 ‘월레스&그로밋(애니메이션)’ ‘툼 레이더(게임)’ ‘해리포터(출판물)’ 등 세계적인 히트작을 만들어 낸 유럽 문화산업의 중심지로 자체 시장도 클 뿐 아니라 유럽 주변국으로의 진출이 용이해 예전부터 국내 기업들의 유럽 진출 근거지로 관심을 끌어왔다.
이러던 중 영국정부가 지난해부터 문화산업 분야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파트너로 우리나라를 눈여겨 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에는 이미 지난해 사전 정보수집 기간을 거친 영국 문화산업 관계자들이 잇따라 우리 문화콘텐츠 업계와의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방한길에 오르고 있다. 이와함께 영국 현지에서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사무소가 문을 열고 한국인을 위한 특별 교육 과정이 개설되는 등 양국간 협력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영국 관계자 방한 이어져=지난 2일 영국의 영화·TV 제작자협회(PACT)와 애니메이션 업체 관계자로 구성된 사절단은 문화콘텐츠진흥원을 방문,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들은 5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14곳의 국내 주요 애니메이션 관련 업체와 기관들을 방문해 협력방안을 타진할 예정이다.
PACT 관계자에 따르면 영국정부는 조만간 애니메이션 창작 활동에 필요한 정부자금(Rights Fund)을 지원할 예정이어서 양국 협력관계 구축 속도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PACT 애니메이션 정책 그룹의 조나단 필 그룹장도 “생산분야에서의 단순한 제휴가 아닌 조인트 벤처 형식의 협력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점은 영국 애니메이션 업계가 한국과의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준다.
이에 앞서 지난 달 9일부터 일주일 간은 영국 게임업계의 방한 행사가 있었다. 유럽 레저 소프트웨어 퍼블리셔 협회(ELSPA)와 영국 개발자협회(TIGA), 에버테이 대학, 아이도스 등 산학관이 모두 포함된 방문단은 SK텔레콤, 삼성전자, 엔씨소프트 등 15개 기업을 방문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들은 오는 5월 열리는 ‘게임 서밋’에서 유럽 지역 게임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국게임시장에 대한 별도 세미나를 열고 이번 방한에서 조사한 내용을 알릴 계획이어서 기대를 낳고 있다.
◇영국 현지 활동도 활발=한국 콘텐츠산업에 대한 관심과 함께 현지 한국기업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미 컴투스, 웹이엔지, 네오엠텔, 와이더덴닷컴, 엠피온 등 모바일 콘텐츠 업체들이 영국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활발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문화콘텐츠진흥원은 오는 25일 런던 사무소를 개소하고 본격적인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2002년 영국사무소를 설립한 컴투스는 올초 독일인 직원을 추가로 영입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영국 주변지역 공략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컴투스의 최세란 팀장은 “보다폰 글로벌과 T-모바일 등 주요 고객들의 본사가 영국에 있으며 주변 지역 공략도 용이해 영국에 근거지를 뒀다”고 말했다.
올여름부터는 본모스대학에 위치한 유럽 최대 애니메이션연구소(National Center for Animation)에 한국인만을 위한 과정이 개설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이 과정은 한국 문화콘텐츠기업의 중간CEO급 인원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며 현지 업체들과의 공동작업이 포함돼 실질적인 협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서로를 보완하는 파트너로 접근해야=영국 문화산업 연간 규모는 11억파운드를 상회하며 전체 고용 시장의 5%에 이르는 13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등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게임 시장은 전 유럽의 27%에 달하고 1인당 게임 구매 건수에 있어서도 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정부기관인 ‘문화미디어&스포츠국(DCMS)’의 1년 예산이 1억파운드를 넘을 정도로 문화산업 분야에 투입되는 정부의 지원도 상당하다. 때문에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영국의 관심은 상당한 기대를 걸게 한다.
하지만 영국의 접근이 자신들의 취약점에 대한 ‘보완재’를 찾는 성격이라는 점에서 성공적인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좀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한 영국대사관의 최학 투자담당 상무관은 “한국과 영국의 문화산업은 서로 보완적인 부분이 많다. 영국은 창조적인 기획력이 강점이고 한국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뛰어나다. 우리가 가진 강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작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협력방안을 마련한다면 올해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