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통신업계 SO 매입 경쟁 `점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대한 대기업의 소유 제한이 전면 폐지되고 외국인의 소유제한 역시 기존 33%에서 49%로 완화되면서 SO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현재 SO 매입에 관심을 보인 대기업들은 케이블TV가 방송·통신 두 가지 사업 모델이 가능하다는 이점에 큰 매력을 느낀다. 이들은 크게 기존 미디어 사업부문을 확장하려는 대기업과 케이블망 확보를 통해 통신사업을 확장하려는 거대통신사업자들로 나뉜다. 또한 디지털 케이블TV를 통한 미래 성장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외국자본도 국내 케이블TV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가치가 급상승한 SO=케이블망을 통해 방송과 통신 서비스가 가능한 SO는 디지털 전환 시점과 맞물려 미래 성장산업의 노른자위로 평가받는다. 디지털미디어센터(DMC)를 통한 SO의 디지털화는 고화질의 방송송출은 기본이며 양방향 방송 서비스, 초고속인터넷, VoIP 등의 각종 부가서비스를 포함, 홈네트워킹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추세에서 SO의 힘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를 노리는 거대 자본의 움직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이미 거대 MSO로의 시장구도 개편이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 이후 SO 인수가는 상승세를 탔다. 자가망을 갖춘 SO의 가치가 가입자당 20만원대 수준에서 최근에는 35만원은 보통이며 4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대기업 계열 MSO의 움직임=영화·방송채널사용사업(PP)·SO·홈쇼핑 등 미국식 수직·수평적 종합 미디어그룹을 지향하는 CJ가 가장 적극적이다. CJ는 기존 복수SO(MSO)사업부문인 CJ케이블넷의 SO 계열사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CJ케이블넷은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SO 인수를 적극 추진중이며 ,1억달러 규모의 외자 유치도 성사 단계다. 초기에 적극적인 행보로 경쟁 MSO와의 세력 균형을 이룬 다음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홈쇼핑을 운영중인 LG는 그룹분리 작업과 맞물려 아직 구체화한 것은 아니나 경쟁 홈쇼핑사업자의 행보에 대응하고 통신·방송 융합사업을 강화한다는 게 그룹 전략이어서 SO 매입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LG는 홈쇼핑 경쟁사인 CJ와 현대백화점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MSO인 태광산업 역시 지난해 한빛아이앤비를 인수한 데 이어 추가로 SO 매입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대기업으로부터 인수 제의를 끊임없이 받고 있는 서울지역 최대 MSO인 씨앤앰커뮤니케이션은 일단 외자유치가 급선무라는 입장이며 1억달러 외자유치를 이달안에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통신사업자의 행보도 관심거리=SO의 초고속인터넷 시장 침투가 가속화한 가운데, 통신사업자도 방송에 진입할 가능성이 열렸다. 다만 이미 위성방송에 진출한 KT와 SK텔레콤은 방송사업자간 겸영제한 규정에 따라 관망하는 추세다.
SK텔레콤은 겸영제한이 풀릴 경우 MSO 인수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의 방송·통신 융합 전략은 앞으로 하나로통신·두루넷·LG의 유선사업 등에 어떤 식으로 관여하느냐와 직결돼 유무선 사업 확장전략과 궤를 같이하는 큰 그림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워콤과 데이콤은 지금까지 SO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망을 빌려주는 것으로 사업을 유지하는 한편 지난해 CJ미디어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데이콤과 DMC사업자인 BSI 설립을 주도하는 등 방송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올해는 더 나아가 새로운 방송·통신 융합 시장진출을 적극 추진키로 하고 조만간 조직개편을 통해 전략방송사업실을 신설할 예정이다. 데이콤은 BSI의 지분확대를 검토중이며, BSI는 디지털 케이블TV 서비스와 함께 VoIP·초고속인터넷 번들상품을 내달중 상용화할 예정이다.
케이블TV업계의 한 관계자는 “SO에 대한 투자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지나친 가격상승”이라며, “디지털 케이블TV의 성장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