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탁 어필텔레콤 사장이 전격 사임했다.
모토로라코리아는 3일 합작회사인 어필텔레콤의 배인탁 사장이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 2일 열린 어필텔레콤 정기이사회에서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배 전 사장은 지난 10월 창업주인 이가형 전 사장의 후임으로 선임돼 5개월만에 사퇴,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배 전 사장이 최근 어필텔레콤 구조조정 과정에서 임직원들과 마찰을 빚은데다 단기간에 조직을 장악하는데도 실패, 사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금융전문가인 배 전 사장이 전공이 전혀 다른 제조회사의 경영에 한계를 느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모토로라와 이 전 사장과의 보이지 않는 갈등관계에서 나온 결과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모토로라는 어필텔레콤의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창업주인 이 전 사장의 입김이 워낙 거세 회사를 장악하지 못했다. 모토로라는 지난해 이 전 사장이 사임하자 3개월간의 인선작업을 거쳐 배 전 사장을 임명, 조직 장악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토로라는 배 전 사장이 물러나자 진정훈 모토로라코리아 부사장을 어필텔레콤 사장직을 겸하도록 했다. “후임 사장이 인선되기 전까지”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모토로라로선 대리인을 거둬들이고 직접 경영에 나선 셈이다. 진 부사장은 어필텔레콤 사장을 겸하는 동안 어필텔레콤을 모토로라의 실질적인 자회사로 만드는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전 사장의 대표이사 경영복귀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어필텔레콤의 임직원 대부분이 이 전 사장과 동거동락을 함께 해 그에 대한 향수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 전 사장도 지난해 7월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도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혀 여운을 남겼었다.
이에따라 어필텔레콤은 당분간 ’머리’는 모토로라가, ’몸’은 이 전 사장의 측근들이 장악하는 한지붕 두가족의 모양새가 불가피할 것 같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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