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유통분야에서도 ‘장인’이란 용어가 적용된다면 이 말은 세기정보시스템의 이혁 사장에게 꼭 들어맞는 말일 것이다. 우리 나이로 마흔두 살인 그는 15년 넘는 세월 동안 한우물만 꿋꿋이 파왔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최근 마치 폭풍을 맞은 것 같은 부산 IT유통부문에서 몇 안되는 1세대이기도 하다.
부산지역 IT유통부문은 최근 들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한창정보타운·부산컴퓨터상가·가야컴퓨터상가 등 ‘빅3’를 비롯해 마트월드·중앙컴퓨터상가·벡스코몰 등 모두 9개의 집단상가에 매장수만 해도 1000개를 넘어선 적이 있던 부산 IT유통부문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자들의 구매력 감소와 상가간 경쟁심화, 인터넷·홈쇼핑의 등장으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창정보타운과 가야컴퓨터도매상가 등 두 곳에서 점포를 열고 있는 이 사장은 최근 상황이 “IMF 때보다 어렵다”고 단언한다. 당시는 게임방 수요가 늘면서 IT수요 역시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는 “점포들의 자금난은 점점 심화되고 있고 더 큰 문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상점주들의 의욕이 꺾이고 있는 점”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부산 IT유통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부산 IT유통이 막 태동되던 시절인 80년대 후반 시장에 뛰어든 이혁 사장. 그는 부산 IT유통의 상징이 돼버린 한창정보타운에 90년 초 1호로 입주했다. 이 사장은 당시를 “매우 어렵고 바빴지만 힘이 났던 시절”이라고 회상한다. 12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것도 보통인 시절이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그만큼 현장에서 살았다는 말이기도 한데 이에 대해 그는 “후배들 가운데 자신만큼 열정을 갖고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궁금하다”고 자신할 정도다.
실제 이 사장이 갖고 있는 유통 철학은 철학이라기보다 구호에 가깝다. “유통분야, 특히 소비자들의 기호가 급변하는 IT분야에서 ‘현장 속으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그는 일에 쫓겨 한창정보타운 주차장에서 결혼한 덕분에 당시 부산지역 IT업계에서 유명인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열정도 치밀함으로 뒷받침된 그의 노력과 어울렸음을 알 수 있다. “대리점 영업은 실패확률이 적다”는 그의 겸양어린 설명에도 불구하고 사업시작 이래 탄탄대로를 걸어왔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그는 “최근 들어 IT유통은 부품 및 조립에 주력하는 집단상가와 인터넷·홈쇼핑, 그리고 할인점·양판점 영업 등으로 3분되고 있다”며 특히 “인터넷 못지 않게 고객들은 할인점·양판점으로 몰리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그의 행보도 할인점·양판점으로 자주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인터넷이 각광받으면서 오프라인 유통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할인점·양판점에 있다고 판단한다. 각종 제품 가격이 공개되면서 다양한 제품을 구비한 할인점·양판점이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란 분석도 뒤따랐다. 지난 2000년 이후 이들 점포를 공략하는 데 주력했고 이같은 전략이 주효, 지역 최대 할인점들인 아람마트와 메가마트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근래에는 또 다른 할인점을 공략, 부산내 총 20개 마트에 자신의 회사인 세기정보시스템을 입주토록 할 계획이다.
그는 직원수가 23명으로 늘어난 요즘 제품이나 AS교육 등 직원들에 대한 관리는 물론 직원들과 인간적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대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멀쩡한(?) 가장들을 자신이 24시간 붙들어 두려고 한다”며 직원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힌다. 그러나 “회사는 물론 자기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니만큼 가족들이 이해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부산=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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