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위, 단말기 보조금 지급...역대 최대의 과징금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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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전화 가입자 유치를 위해 단말기 불법보조금을 지급한 이동통신업체와 재판매 사업자에 역대 최고의 과징금이 내려졌다.

통신위원회는 23일 제 100차 회의를 열어 지난 1월부터 번호이동성제 시행 이후 단말기 보조금을 가입자 유치수단으로 사용한 SK텔레콤과 KTF 등 2개 이동전화사업자와 재판매사업자인 KT에 총 33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한 KT에는 통신시설을 유지·보수하는 비영업직 인력에 대해 이동전화 판매를 금지하는 추가 조치가 내려졌다.

통신위의 이번 조치는 역대 최고의 과징금 수준으로서 관련 업계가 공히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KT에 내려진 일부 비영업직 판매 금지 조치는 그 기준이 명확치 않아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예상보다 더 강한 심결 조치=SK텔레콤은 이번에 단일 사안으로는 역대 최고의 과징금인 217억원을 부과 받았다. 또 비영업직 할당 판매 등으로 문제가 돼 온 KT는 법정상한액인 41억원의 과징금이 내려졌다. KTF는 지난해말 98차 회의에서 기준금액에 대한 3년간 누적분이 소진돼 다소 적은 75억원을 받았다.

통신위원회는 “지난 1월 중순 불법적인 단말기 보조금 지급 행위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고 관련 경고조치를 내렸으나 사업자들간 과당경쟁으로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면서 “시장을 혼란시키고 공정경쟁 질서를 흐트린만큼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심결 배경을 밝혔다.

특히 KT에 대해서는 시내, 시외전화, 초고속인터넷 등 통신시설을 유지·보수하는 인력에 대해 판매목표를 부여하지 못하도록 앞으로는 정식으로 이동전화를 판매할 수 있는 인력을 지정토록 했다.

◇사업자들 모두 볼멘소리=그러나 이번 통신위의 심결에 대해서는 이동통신 3사와 또다른 당사자인 KT 조차도 “우리에겐 너무 가혹한 반면, 상대방에 대한 처벌은 경미하다”는 다소 아이러니(?)한 공통의 목소리를 냈다. 통신위의 결과 발표후 후발사업자인 KTF·LG텔레콤은 곧바로 입장발표를 통해 지난 2002년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과의 합병건을 공개적으로 들고 나왔다. 양사 합병인가 조건으로 내걸었던 ‘경쟁을 침해하는 심각한 상황’을 스스로가 법을 어기면서까지 저지른만큼 합병인가 취소 등 보다 강도높은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KTF는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이 합병인가조건 3호인 보조금 지급금지 조항을 명백히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과징금같은 일회성 처방보다는 법규에 따라 영업정지나 시장감시단 구성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SK텔레콤은 “통신위가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 내린 결론”이라며 이같은 공세를 일축했다. SK텔레콤·KTF가 비록 최고 수준이기는 하지만 각각 과징금 기준액인 217억원, 75억원을 받은 반면 KT는 기준액 7억여원보다 무려 5배나 많은 41억원을 물게 된 것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죄질’을 입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KT 또한 이번 심결조치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KT 관계자는 “비영업조직과 영업조직의 구분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영업금지 범위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여파와 또 다시 불거질 논란=이번 통신위의 심결은 가히 전쟁으로 비유됐던 지난 두달간의 번호이동성 과열경쟁에 일단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하면 불법·혼탁경쟁으로 치닫던 이동전화 시장이 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서로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며, 당장 울고 웃는 분위기가 확연히 드러날 조짐이다. 결론부터 점치자면 KT그룹에겐 ‘직격탄’, LG텔레콤은 ‘미소’, SK텔레콤은 ‘선방’으로 3사3색이다. 지난 1월부터 번호이동성 시차제의 최대 수혜주로 떠오르며 공격적인 가입자 확대에 나섰던 KTF로선 향후 영업전선에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과징금 규모도 규모지만 이미지 손상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음놓고 SK텔레콤 가입자를 뺏어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회사인 KT도 알짜부문인 무선재판매 사업이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조직분리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SK텔레콤·KTF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취약했던 LG텔레콤은 겉으론 시장정화의 계기라며 반기면서도 향후 마케팅 비용부담을 고려하면 한층 안도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일단 엄청난 과징금을 맡긴 했지만 무서운 기세로 위협했던 KT그룹에 재갈을 물릴 수 있어 일단 ‘남는 장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통신위 심결은 당장 사업자들간의 이해타산을 넘어 SK텔레콤·신세기통신 합병인가 문제와 KT그룹의 영업·비영업조직 회계분리 등 잠재돼 있던 굵직한 현안들마저 또 논란거리로 불러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사태가 발전될 경우 시장공정경쟁의 취지로 내려진 이번 통신위의 판단이 오히려 통신시장 전반을 술렁이게 할 공산이 있는 셈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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