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위` 100차 발자취 ­12년 역사

`통신 포청천` 자리매김

 통신시장 감시·감독 기구인 통신위원회(위원장 윤승영)가 23일 역사적인 100차 회의를 열었다. 다음달이면 위원회 설립만 열두돌을 맞이한다. 지난 12년간 위상과 역할을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지금은 통신시장의 공정경쟁 질서를 감시하는 서슬퍼런 규제기구로 자리잡은 게 사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검찰이라는 별칭을 얻었다면 통신위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통신검찰의 지위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 세월 통신시장에서 축적한 규제의 전문성과 무소불위의 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각에선 통신위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출범 이후 모태인 정보통신부로부터 줄곧 독립화 과정을 걸었지만 아직도 애매모호한 위상과 타 규제기관과의 잦은 마찰 탓이다. 100회차를 맞이한 통신위의 지난 12년간 공과와 현주소를 살펴보고, 향후 과제를 진단해본다.

 ◇발자취=통신위는 지난 92년 3월 전기통신기본법에 따라 민간위원 5명에 비상임 공무원 3명으로 구성, 통신사업자의 허가 및 불공정행위 심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7명의 위원(위원장 포함)들이 전원 민간 전문가나 법조계·학계 인사들로 채워진 지금과 다른 점이다. 또한 지난 97년 8월 사무국을 신설하면서 통신사업자 허가 기능을 정통부에 넘겨준 대신, 심의·감시 대상업무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사실상 독립 사후규제기관의 역할로 탈바꿈하게 됐다. 굳이 연대를 구분하자면 설립초기였던 지난 96년까지 5년간은 통신사업자의 각종 위법행위에 대한 시정조치와 고시 심의 업무 등을 간신히 수행하는 정도였다. 사무국 설립을 통해 상시업무 체계를 갖춘 지난 97년부터 2002년까지는 기능재편·조직확대와 더불어 체계적인 활동에 착수한다.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에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권한이 생겨난 것이나 한때 문제시됐던 시외전화 사전선택제에 손질을 가한 시기도 이때다. 또한 당시는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 등 통신시장 전반이 가열되면서 각종 부작용도 속출, 약관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통해 소비자나 민간기업들에게 가해지는 무분별한 영업행위도 규제에 나섰다. 번호이동성·초고속인터넷 과열경쟁 감시나 1·25 인터넷대란 손해배상, 가입자선로공동활용제(LLU) 감시, 온라인게임 민원처리 확대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까지도 해결사 노릇을 하게 된 것이다.

 ◇산적한 과제=한마디로 전문위원회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인 독립성·전문성·투명성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자신있게 내세울 수 없다는 게 통신위의 맹점이다. 특히 독립성은 지금까지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두고두고 통신위의 성격을 둘러싼 시비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통신위 위원들은 인적구성이나 법적 자격, 역할 등이 뚜렷한 독립기관의 모습이지만, 실무를 맡고 있는 사무국은 정통부 산하 조직이며 직원들 또한 정통부 공무원들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정책입안 부서와 위원회는 명백히 분리돼야 하지만 현재 조직구조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통신위의 위상에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워낙 적은 인력에 방대한 불공정 행위들을 사후 감시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법리나 시장질서 등 규제의 정책적 기능이 취약한 점도 숙제다. 실제로 통신위는 꾸준히 조직·기능 확대를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실무를 맡는 사무국이 6개과 39명에 불과하다. 굳이 공정거래위원화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최근 쏟아지고 있는 각종 통신민원을 감안하면 전문성을 갖추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또한 막강한 제재권한에 비해 투명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도 무시 못할 문제다. 공정위의 경우 올려진 안건이 전원회의를 통해 기각되는 사례가 적지 않고, 심판과정에서 원고·피고가 배석해 위원들과 충분한 사전검증을 거치는가 하면 제재조치를 받은 사업자 가운데 80% 이상이 이의제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는 행정소송까지도 가는 게 관례다. 반면 통신위는 ‘필요할’ 경우 특정 사업자의 진술을 듣는 정도인데다 사무국에서 올린 안건이 기각되는 사례도 드물다. 더욱이 통신위의 친정격이자 또 다른 규제기관인 정통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통신사업자들 입장에선 이의제기나 행정소송은 꿈에도 못 꿀 일. 통신사업자 관계자는 “심결과정에서 해당 사업자의 소명과정을 참작해주는 등 처벌 그 자체보다는 근본적인 개선활동이 아쉽다”면서 “특히 과징금 부과액도 보조금과 다른 사안이 현격이 차이나는 등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통신위도 이날 100회차 맞이 보도자료를 통해 “통신환경 변화 및 규제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조직·인력 기반을 확대하고, 시장 불공정행위를 사전예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중장기 계획을 밝혔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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