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날개 단 연구단지

 과학기술계가 놀랄만한 일이 지난 20일 이공계의 명문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벌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KAIST의 2003학년도 학위 수여식에 전격적으로 참석한 것. 대통령이 KAIST 졸업식에 참석하기는 KAIST설립 33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과학기술계, 특히 대덕연구단지 정부 출연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이번 일을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등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참여정부가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과 제2의 과학기술입국을 화두로 내건 이후 연구원들의 눈앞에서 과학기술계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이 이공계의 명문대학 졸업식장에서 표현되기는 처음이다. 이번 대통령의 KAIST 졸업식 챙기기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홍창선 KAIST 총장이 이날 졸업식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KAIST가 명실공히 아시아 제1의 대학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KAIST가 새롭게 국가에 봉사하기 위해 정보혁명에 이은 의료 바이오혁명에 대비해 나설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힘이 들어갔다.

 “우리나라가 이공계 위축이라는 특이한 열병에 시달리고 있는데 세태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초지일관 과학기술계에 전념한 졸업생들이야말로 미래의 승리자이자 국가의 보배”라고 홍 총장이 졸업생들을 추켜 세우자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날밤을 지새우며 고생고생 딴 졸업장이 한낱 휴지조각이 아닌,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를 담보한 ‘보증수표’이어야 한다는데 모두 공감하기 때문이다.

 매년 4월 과학의 날 대통령이 대덕연구단지를 찾긴 했어도 졸업식까지 챙길 줄은 몰랐다는 것이 출연연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KAIST 직원들과 졸업생들은 모두 이공계의 대표주자로서 자긍심을 갖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노 대통령의 KAIST 졸업식 참석과 함께 과학부총리격인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이 정부출연연구기관 4곳을 돌며 연구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이래저래 대덕연구단지에게는 최고의 날이었다.

 <경제과학부=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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