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촬영 장비시장이 소니의 독점 체제를 벗어나 20여년만에 경쟁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방송사 노조가 반대하는 바람에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됐다.
9일 관련업계와 방송사에 따르면 대전방송 노조는 지난해 9월 대흥멀티미디어통신과 HD급 촬영장비를 도입키로 한 계약이 너무 성급하게 맺어졌다며 사측에 재고를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복수경쟁체제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됐던 방송촬영 장비시장의 구도가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대전방송 노조는 ‘기존 아날로그 장비 시스템이 불안정한 마당에 HD급 촬영장비를 선정이 너무 성급하게 이뤄졌다’며 회사측에 지난해 파나소닉의 국내 판권을 가지고 있는 대흥멀티미디어통신과 맺은 계약에 대해 재고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노조는 “파나소닉 제품을 검토한 기술국에서는 기존 장비와 호환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실제 사용하는데 상당한 불편함이 있다”며 사실상 기존 장비업체인 소니의 제품을 구매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대해 대흥멀티미디어통신측은 지난달 중순 대전방송측에 ‘계약 물량을 발주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통보하는 등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대흥의 이석재 이사는 “기존 장비와 호환은 물론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도입을 미루는 것은 위법”이라며 “이달내 다시 한번 통보를 할 예정이며 이때 최종 답변을 얻지 못하면 법적 해결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달말로 시한을 못 박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전방송측은 이달 말까지 물량을 발주할 것인지 아니면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해지할지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대전방송의 한 관계자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내부 의견이 분분해 발주를 포함한 계약 이행을 연기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조측이 공식적인 의견으로 소니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파나소닉보다 소니 제품을 구매해주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방송의 이광축 정책기획팀장은 “(장비 재검토를 하는 이유는)내부의 의견 수렴에 따른 점도 있지만 정부의 광역시급 디지털 전환 정책이 유보되고 있어 향후 추이를 보아가며 HD급 장비 도입을 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전방송의 결정 여하에 따라서는 ‘파나소닉 제품 계약 취소 및 소니 제품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남게 됐다. 특히 대전방송의 파나소닉 장비 구매는 지난 20여 년간 국내 시장을 독점해온 소니 체제을 경쟁체제로 바뀌는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번복은 독점 체제로의 회기를 의미해 주목된다.
한편, 대흥멀티미디어통신은 지난해 9월 대전방송측과 파나소닉의 HD용 카메라 4개, VCR 22대를 7억 3000만원에 계약한 바 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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