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단가 낮추고 마케팅 강화
대만 그래픽카드 회사들이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저가공세 및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어 국내 제조사의 입지가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SI·AOPEN·기가바이트·게인워드 등 대만 그래픽카드 회사들은 국내 총판들에 공급단가를 낮춰 주는가 하면 적극적인 마케팅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한국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다.
이는 혼탁한 양상을 보였던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이 지난 가을부터 정리되고 있고 그래픽카드에 대한 수요도 꾸준한 상승세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금까지 대만산 그래픽카드가 안정성과 높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가격경쟁력 때문에 슈마일렉트론이나 인사이드텔넷컴과 같은 국내회사에 밀렸던 것을 감안할 때 대만산 제품이 주기판에 이어 그래픽카드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그래픽카드를 국내 공급하는 유통사 관계자는 “그간 소극적이던 대만회사들이 한국 실정을 꿰뚫고는 전략을 달리 하고 있다”며 “제품 공급단가를 낮춰주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저가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슈마일렉트론의 김찬동 팀장도 “올해 들어 대만제품의 저가공세가 감지되고 있다”며 “이제까지와 달리 가격에서나 성능에서도 국산과 별반 차이가 없어 대응전략을 고심중”이라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래픽카드 부문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MSI는 지포스 FX 5900XT GPU를 탑재한 ‘FX5900XT-VTD128’ 모델을 25만원대에 선보였으며 보급형 그래픽카드(지포스 FX 5700 128비트)도 16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각각 타사 동급기종에 비해 3만∼4만원, 1만∼3만원 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특히 5900XT의 경우는 VIVO기능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번들 프로그램까지 다양해 시장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AOPEN 그래픽카드를 국내 공급하는 한국크리에이티브기술(HCL·대표 서현철)도 최근 엔비디아 칩세트를 장착한 ‘에이올러스 FX5900XT’를 출시했다. 권장 소비자가는 부가세포함 27만원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15∼20% 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HCL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는 물론, MSI와 경쟁하기 위해 유사한 가격대로 맞출 것”이라며 “제품 인지도와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가바이트 국내 총판인 제이씨현시스템(대표 차현배)도 올해 그래픽카드 시장 점유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특히 3월초 엔비디아 MV40 칩세트가 장착된 신제품 발표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행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로써 올 연말까지 기가바이트 주기판의 절반인 월 1만5000장 수준으로 판매량을 높인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이외에 기가큐브를 공급하는 유니텍전자(대표 백승혁)도 ‘아폴리온 시리즈’를 앞세워 시장 확대에 나서는 한편 샘물테크도 게인워드 그래픽카드 판매에 전력할 방침이다.
이에 맞서 국내 제조사인 슈마일렉트론은 단가를 낮추기 위해 외주생산하거나 생산기지를 중국 또는 대만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올해 그래픽카드 시장은 여느때보다 수성과 입성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은아기자 eajun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