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민영화 두돌째 접어들면서 드디어 ‘민영기업’다운 면모 갖추기에 나섰다.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KT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은 ‘선진적인 지배구조 정착을 통한 대외 신인도 확보’와 ‘ 경영의 효율성 제고’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다. 따라서 국내 공기업의 성공적인 민영화 모델이나 대기업들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독립 지배구조를 확산시키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됐다.
그렇지만 일각에선 ‘경영진의 유지존속을 위한 방어막’ ‘민영 KT에 대한 정부의 새로운 압박’이라는 상반된 시각이 동시에 나와 개선의 진의에 궁금증이 증폭됐다.
◇주요 개선내용=KT가 구상중인 지배구조 개선방안은 크게 네가지다. KT의 소유·경영구조를 관장하는 이사회·사외이사·전문위원회·경영진 체제를 보다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시스템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우선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15명인 이사진을 12명 정도로 줄이는 대신, 사외이사 비중을 법적기준보다 양호한 60%선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 원칙을 이어가되 상황에 따라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임하는 방법도 강구중이다.
경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외이사도 선임 절차를 추천위원회 규정에 명문화해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이사와의 임기가 서로 달라 일관된 경영전략 구사에 애로가 있었다는 점에서 대표이사 임기종료시 사외이사 임기도 자연 종료시키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활동력을 보장하기 위해 책임·성과에 따른 평가보상시스템도 새롭게 만들 예정이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평가및보상위·예산심의위·감사위·경영위 등 현행 5개의 전문위원회 체제도 보다 효율적인 개편을 위해 운영위·경영전략위를 신설하고 감사위를 확대 강화, 나머지는 평가및보상위로 통합키로 했다.
전문위별로 사외이사를 균형적으로 배치하고 전문위와 이사회간의 역할분담도 재정비할 계획이다. 특히 경영구조 개선방안은 초미의 관심사다. KT는 복수 대표이사제를 도입해 과중한 업무나 유고시, 또는 사장선임시 발생할 업무공백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검토중이다. 그 대신 두 대표이사간의 역할을 대외와 대내로 구분할 방침이다. 대표이사 선임절차도 민영화이전에 마련된 사장추천위원회 제도를 고쳐 연임을 희망할 경우 업무공백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KT는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 이러한 지배구조 개선과제를 명문화하기로 하고 현재 정관변경 작업을 진행중이며, 특히 이사회·사외이사 운영개선방안은 즉시 추진키로 했다.
◇배경=지배구조개선은 어정쩡한 지배구조탓에 그동안 KT가 봉착했던 각종 문제점들을 이번 기회에 극복해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복수 대표이사제의 경우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확보하려는 뜻도 있으나,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현 이용경 사장 체제의 최대 취약점으로 거론됐던 대외 협상력을 만회해보려는 구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들어 정보통신부는 물론 정권과도 불편한 관계가 공공연히 흘러나왔다는 점에서 제2의 대표이사가 대외활동을 책임지는 구도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진 축소는 신속한 의사결정 외에, 노조가 경영진 압박카드로 추진중인 사외이사 후보추천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행보도 숨어있다.
이사회·전문위원회 역량 강화방안은 외국계 브랜드와 우리사주조합이 최대 주주그룹을 형성한 다소 불안한 소유구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또 엄연히 민영기업임에도 공익을 우선시 하는 사외이사진의 입김을 완화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전망=KT의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이 현실화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우선 3월 주총에서 이같은 구상이 ‘KT가 장기적으로 성장·발전해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대안’임을 확신시켜야 하는데다, 당장 사외이사 축소 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도 무마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동 대표제의 경우 사장 연임 등 ‘현 이용경사장 체제를 장기화하기 위해 외부 압력을 차단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아니냐’는 바깥의 의혹어린 시선도 극복해야 한다.
민영 KT호의 최대 과제인 독립 지배구조 구축을 앞두고 고심끝에 내놓은 이번 구상이 이러한 걸림돌을 넘을 수 있을 지, 앞으로의 행보와 3월 주총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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