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들어 전자정부 정책 방향이 기술과 성장 지향적인 전략에서 벗어나, 성장과 확대를 추진하면서 한편으로는 국민의 생활과 행정의 혁신을 도모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국민들의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고 다양하게 민원서비스의 종류를 늘려가는 데만 급급했던 과거에 비하면 매우 바람직한 발상의 전환이라 하겠다. 더구나 정보기술을 이용한 전자정부를 통해 행정개혁까지 실현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어 큰 기대마저 걸게 한다.
그동안 우리는 정부 부처간 초고속정보망을 구축하거나 정보연계시스템을 만들면 그것으로 전자정부 구축이 완료된다는 식으로 인식의 오류를 범한 경향도 없지 않았다. 막연하고 몰개념적인 생각으로 부처마다 전자정부 구현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 앞다퉈 행정 업무 전산화를 추진한 것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부처가 전자정부 구축의 선행 요건인 행정업무 처리절차, 기능 및 조직에 대한 근본적인 재구성과 개혁에는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행정 개혁을 염두에 두지 않고 민원서비스에만 편중된 전자정부는 단순한 전자적인 행정서비스에 불과할 뿐 제대로 된 미래 전자정부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우리의 전자정부 인프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전자정부를 통해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 정책 부서의 의지로 나름대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주민등록이나 부동산, 세무, 치안 등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된 사항은 물론이려니와 정부기관과 국민간의 양방향 정보 소통도 전자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정보화촉진기본법, 전자서명법 등 관련 법률을 제정하여 전자정부 확산을 위한 여건도 완벽하게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전자정부 활용률은 23%에 그치고 있다. 이는 각종 민원서류를 인터넷상에서 곧바로 출력할 수 없는 등 사용자들이 접근하는 데 불편한 장애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향후 5년 후엔 15%에 머물고 있는 민원업무 온라인 처리율을 85% 수준까지 높인다는 목표로 중앙과 지방간, 정부와 국민간 네트워크 기반 정보서비스 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정부 인사, 감사, 예산 투명성을 제고하고 복지, 물류, 고용서비스를 확대해 현재 세계 40위에 머물고 있는 정부 투명성 지수를 20위권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이상을 담은 계획이라도 실천하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 정부가 정책 추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점은 전자정보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개인정보보호와 보안 문제다. 정부가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를 서비스한다고 하더라도 보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자정부의 활용도를 높일 수가 없다. 개인의 정보보호를 위해 생체인식을 포함한 IT기술을 접목한다거나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인증보증제도 도입도 적극 검토해 볼 만한 일이다.
우리는 작년에 국가 주요전산망의 가동이 잇따라 중단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원인이 단순한 관리 소홀로 인한 인재로 밝혀졌지만, 해커나 바이러스 등 외부 요인에 대한 대비책도 철저하게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 사용자인 국민과 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정책에 즉시 반영해야 한다. 아울러 부처간 정보공유 등 범정부 차원의 포괄적인 사업 추진시 원활한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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