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번호이동 `불신` 키운다

전산시스템 또 불통…과대 광고영업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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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호이동성제와 통합번호 010은 헷갈려(?) 정책.’

 번호이동성제가 소비자들의 ‘선택권 보장’이라는 당초 정책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편과 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못하고 있다.

 번호이동처리 업무의 핵심인 관리센터의 전산시스템이 12일 아예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오류를 보완해 안정화됐다고 발표한 정부와 이통3사들을 계면쩍게 했다. 더욱이 보완을 위해 전날 하루 업무를 쉰 시스템이다.

 또 ‘단말기 공짜’ ‘최대 40만원 할인’ 등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광고 문구들은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법망을 피해 여전히 기승, 되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가로막았다. 이동전화 식별번호 통합을 위해 도입한 010도 일부 음성통화 착신이 되지 않는 등 안정성의 문제가 지적됐다.

 ◇전산시스템 또 불통=이통 3사는 당초 번호이동성제 시행에 앞서 전체 시스템을 원활히 관리할 중립기관으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를 정하고 수억원의 비용을 갹출해 관련 장비 및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관리센터를 설치했다. 그러나 번호이동제 시행 첫날인 1일부터 SK텔레콤의 과금프로그램의 오류 문제와 관리센터의 SW의 결함 등으로 전산시스템이 다운되고 신청접수의 30∼40%만 겨우 처리되는 등 문제가 속출했다.

 이후 민관으로 구성된 긴급복구반이 투입돼 회복되는 듯 했고 11일에는 이 문제들을 안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1일 휴지일까지 둬 가며 시스템 보완에 나섰지만 12일에는 오히려 시스템 전면 중단 사태로 비화됐다.

 이날 사태는 11일 업그레이드한 서버와 SW가 상호 호환되지 않아 데이터를 유실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센터 및 이통3사가 모두 전산을 중지시키고 이전으로 데이터를 되돌리는 극약처방을 쓰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각 대리점에 번호이동을 신청하러 온 가입자들은 포기하고 발길을 되돌리는 불편을 겪었다.

 ◇현혹 광고 및 가입자 유치 행위 여전=번호이동성제와 통합번호 010을 둘러싸고 소비자들이 가장 겪는 혼란은 대리점 등 영업현장에서 내보내는 각종 정보다. 통신위원회의 단속과 업계의 자정활동으로 인해 ‘단말기 공짜’라는 메시지는 다소 줄어들었으나 약정할인을 마치 단말기 보조금처럼 오인케 하는 ‘최대 40만원, 60만원 할인’이라는 문구는 TV 방영 등 여전히 공식적 통로를 통해 전달됐다.

 실제적으로 연간 40만원의 요금을 할인받아 사실상 단말기 무료 구입효과가 나려면 국내 음성통화료와 기본료를 7∼8만원 정도 사용하는 고객에 국한됐다는 게 통신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통신위는 약정할인제에 정확한 정보와 일선 대리점에서 가입자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통신사업자를 바꿔버리는 등의 불법 행위가 만연하다며 이를 고객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민원예보제를 11일 발령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불신만 증폭=혼란과 불편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신만 높아졌다. 소비자단체 등 일각에서 아예 번호이동이나 통합번호 010 가입을 뒤로 미루는 게 낫다는 조언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번호이동성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높인다는 당초 취지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과당 경쟁과 잘못된 정보 남발로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관련 당국의 보다 더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소비자의 혼란이 적지 않으나 먼저 시행한 외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나으며 관리시스템을 수출해도 되겠다는 얘기도 나온다”라면서 “조기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와 노력중인 점을 소비자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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