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노-사 `사외이사 추천` 세대결

사장·이사 선임 감사기능 등 권한 막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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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영화후 지배구조 우수기업을 강조해 온 KT가 오히려 그 ‘지배구조’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이후 비교적 경영진과 협조관계를 유지해왔던 KT 노조가 최근 경영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외이사 추천권 확보에 공개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9명에 불과한 KT의 사외이사는 사장·상임이사 선임에서부터 경영목표 관리, 기업감사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사장을 견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의 자리. 노조가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할 경우, 그동안 가뜩이나 사외이사진의 까다로운 관리하에 있었던 경영진으로선 결코 만만찮은 시어머니를 또 하나 모셔야할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KT 노조(위원장 지재식)는 오는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 1명을 직접 추천하기 위해 최근 조합원들을 통해 대대적인 의결권 모집에 착수했다. KT는 민영화 이후 꾸준히 지분을 분산한 결과, 현재 우리사주조합이 6.7%의 지분으로 사실상 1대주주인 상황이어서 만일 노조가 추천에 필요한 0.5%의 의결권만 확보하면 이를 관철시킬 수 있다. 또한 20% 이상 지분의 동의만 받게 되면 주총에서 사외이사 임명을 통과시킬 수 있어 회사로선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에 따라 KT 경영진은 최근 노조의 움직임에 맞대응할 수 있도록 반대로 의결권 모집에 착수, 만약의 경우 노사간 법정대결로 비화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권행민 실장은 “노조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경영권의 문제가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면서 “의결권 대결로 가지 않을까 싶어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KT가 지배구조를 놓고 심각한 고심에 빠진데는 실은 근본적으로 민영화 과정에서 전략적 대주주를 찾지 못한채, 사실상 종업원지주제의 지배구조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더욱이 지난해 하반기 노조와 단체협상 타결시 우리사주 지분을 6.7% 가량으로 끌어올리며 주식 장기보유를 독려했던터라, KT의 독특한 지배구조는 그 태생부터 불안한 출발이었다.

 이에 따라 이용경 사장을 비롯한 KT 경영진은 노조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달말께 정확한 주주명부가 나오는대로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KT 관계자는 “비록 외형상 우리사주조합이 1대주주이더라도 의결권 행사에는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노조 주장대로 관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민영 KT호의 초대 사령탑인 이용경 사장으로선 가장 큰 숙제이면서도 수면아래 있던 지배구조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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