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 활황 불구 줄이저 사임·해고
“2003년은 반도체업계 CEO들에겐 매우 어려운 한 해였다.”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활황세에도 불구하고 정작 반도체 제조업체 CEO들은 사임·해고 등으로 교체되는 사례가 지난해보다 2배나 늘었다고 실리콘스트래티지스가 전문책자를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홍콩의 라이트포인트그룹이 출간한 반도체부문 인명사전 ‘후즈후(Who’s Who in Semiconductors)’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업계에서 물갈이된 CEO들은 2003년 말 기준으로 4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주요 반도체업체의 CEO중에서 교체된 사례는 20여명에 불과했다. 이 책자는 해마다 사회 각 부문별로 저명인사의 신상정보를 소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선 올해 1월에는 브로드콤의 창업자인 헨리 니콜라스 사장이 회사의 심각한 재정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같은 달 인터내셔날세마텍의 밥 세마텍 사장과 SIS의 사무엘 류 사장이 뒤를 이어 사임했다.
2월에는 하이닉스의 박상호 공동대표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임했다. 오크테크놀로지의 영 존 사장도 회사가 조란에 인수된 직후 물러났다가 지난 8월 애질런트의 반도체 부문 사장으로 옮겨갔다.
파운드리 업계서도 치열한 시장경쟁 속에서 많은 CEO들이 중도 하차했다. 세계 2위의 파운드리업체인 UMC의 존 슈안 사장과 이스라엘 타워세미콘덕터의 공동사장인 요압 니싼 코헨과 라피 레빈 공동대표, 실테라말레이시아의 시릴 한논 사장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올해는 또 반도체업계의 맏형 노릇을 해온 노장 CEO들이 줄줄이 은퇴한 시기이기도 하다.
모토로라의 반도체부문 그룹장이자 프레드 쉴라팩은 33년간의 회사생활을 접고 은퇴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의 제임스 모건과 도쿄일렉트론의 데스로 히가시 사장도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처럼 올들어 반도체업계 CEO들의 부침이 심해진 것은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 나면서 반도체 업계 내부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졌고 기업간 인수합병 등 시장변화가 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