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남한으로 표류된 북한 해군 장교와 사병의 눈물겨운(?) ‘남한 탈출기’를 그린 영화 ‘동해물과 백두산이’ 올해의 마지막 날에 관객들에게 ‘마르고 닳지 않는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찾아 온다.
영화는 조선인민군 해군 13전대 매봉산 기지에서 시작된다. 혁명정신이 투철한 엘리트 함장 ‘최백두(정준호 분)’는 제대를 앞둔 고참 병사 ‘림동해(공형진 분)’에게 낚싯대를 맡기고 바다 위 고무보트에서 술판을 벌이다 잠이 든다. 이어 ‘림동해’도 수통째 술을 마시다가 이내 곯아 떨어진다. 갑자기 내린 비에 고무보트가 뒤집어져 ‘최백두’와 ‘림동해’는 동해 해수욕장까지 떠밀려 내려오고, 이 때부터 북으로 돌아가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펼쳐진다.
뗏목을 만들려다가 산림 감시원에 적발되는가 하면, 제트스키를 타고 귀환하려는 노력도 실패한다. 남은 것은 금강산 관광권이 1등 상품으로 걸린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해서 이 상품을 차지하는 것인데.
이제까지 북한 소재의 영화들이 억지스런 웃음과 무거운 주제를 다뤘던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캐릭터와 설정이 경쾌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 최근 선보인 ‘올드보이’나 ‘실미도’에서 보여주던 작품성보다는 웃음을 택하고 있다. “관객들이 마음껏 웃고 나오면 그것으로 족하다”며 “일종의 틈새시장 겨냥한 작품으로 봐 달라”는 영화 제작사측 주문도 이를 뒷받침한다.
‘동해물과 백두산이’에서는 이미 ‘두사부일체’와 ‘가문의 영광’을 통해 세련된 코믹연기를 인정받은 정준호와 함께 공형진의 걸출한 연기가 시선을 끈다. 특유의 순발력과 능청스런 애드립으로 영화의 재미를 업그레이드시키고 있기 때문.
공형진은 연기생활 14년 만에 ‘만년 조연’이라는 딱지를 떼고 주연 대열에 합류하게 됐지만, 정작 본인은 덤덤하다.
“제가 주연급 반열에 올랐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원래 주연과 조연에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도 했었고요. 다만 이번 영화는 제가 좀더 긴장을 많이 했고, 다른 영화에 비해 등장하는 장면이 많을 뿐이라고 여깁니다.”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와 안진우 감독의 짜임새 있는 연출력이 합쳐진 때문인지, 영화는 전반적으로 안정된 느낌이다.
영화 제작사측도 “안감독과 공형진, 정준호, 박철 등이 모두 막역한 친구 사이”라며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편하게 촬영하고, 서로 의견을 내놓은 것이 주효했을 것”이라고 코멘트를 달았다.
박철의 느물대는 표정, 인기 탤런트 이재룡과 김원희의 카메오 출연도 영화의 볼거리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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