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2003년 한해를 보내며

 올 한 해 과학기술계는 지난 몇 년 간보다 더욱 거센 파도를 헤치며 살아온 날들이었다.

 지난 2월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던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가 폭발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였고, 일명 사스라 불리는 급성호흡기 증후군이 전염병으로 퍼지면서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인간게놈지도의 완성은 인간 뇌기능 연구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였으며, 지난 10월 중국이 쏘아올린 유인 우주선 선저우호의 성공은 전세계인의 이목을 한데 집중시키면서 세상을 크게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시시각각으로 모습을 바꾸는 과학기술은 인류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과학기술계에서 벌어진 일들을 되돌아보면 -지난 연초의 인터넷 대란, 이공계 지원자의 급감에 따른 과학기술계의 위기감 확산,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건설논란, 안타까운 인명희생 등- 가슴아픈 일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과학기술계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도 구체적으로 제시된 한 해였다. 8월에는 포스트 반도체 시대에 대비해 국가가 전략적으로 집중육성할 10대 차세대성장 동력산업이 선정됐다. 10월에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지방과학기술 육성의 원년으로 기록됐다. 또 12월 초에는 국가 과학기술의 요람인 대덕연구단지가 설립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다짐하는 한 해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지난 9월 말 KAIST의 인공위성연구센터가 쏘아올린 과학기술위성 1호의 성공적 발사와 10전 11기의 극적 교신은 우리 나라 과학기술계가 처한 상황의 단면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과학기술위성 1호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같은 또래의 수많은 청년들이 법조문을 외우거나, 의사 가운으로 갈아입는 사이 위성회로를 들여다보며 밤을 밝혀왔다. 이들이 바로 과학기술 중심사회를 이뤄나가는 주역들인 것이다.

 과학기술이 미래를 열어주고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이들의 어깨에 달려 있다.

 오늘날 과학기술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모든 영역의 변화를 선도하는 시대가 되었고, 참여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은 절대 생존의 조건으로 반드시 이뤄져야 할 국가적 과제다.

 과학기술의 핵심은 우수 인력에 달려 있다. 묵묵히 수도승처럼 밤을 밝히면서 자신의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위성 개발의 주역들이 없었다면 과학위성 1호의 발사와 성공은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과학기술 입국은 우수인력을 이공계로 끌어들이는 데에서 출발한다. 올 한 해, 그 어느 때보다도 이공계를 살리기 위한 담론과 논의가 무성하였다.

 이제는 실천할 때다. 지금까지 논의된 처방으로도 충분하다.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이공계 종사자 처우개선이 이루어져 과학자가 공헌한 만큼 대접받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다가오는 2004년에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진원지인 대덕연구단지에서만이라도 획기적인 대우를 받는 과학자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홍창선 한국과학기술원 총장 cshong@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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