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미룰 땐 파생시장 선점 실기 우려도
최근 기업의 불법 비자금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국내에서도 이를 예방할 수 있는 확장성비즈니스리포팅언어(XBRL)에 대한 도입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XBRL은 복잡한 기업정보를 효율적으로 작성해 교환 및 비교할 수 있도록 개발한 확장성표기언어(XML) 기반의 국제 표준 웹언어로 투자자들은 인터넷에서 해당기업의 재무정보를 언제나 손쉽게 열람할 수 있어 기업 투명성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01년 사상 최대 회계부정사건인 엔론사태 이후 개발이 본격화됐으며 지난해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보급이 급속하게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지난 7월 XBRL인터내셔널(http://www.xbrl.org) 한국지부가 발족하며 본격 도입됐다. 이에 맞춰 코스닥증권시장이 이달초 삼일회계법인·UB메트릭스코리아 등과 공동으로 시연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계기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상장·등록 기업들이 XBRL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이 공시시스템을 이에 맞춰 전면 개편하거나 또는 금감원에서 제공한 자료를 별도의 변환기를 통해 XBRL 형태로 바꿔야 한다.
◇왜 XBRL인가=업계·학계 전문가들은 XBRL을 통해 투자자, 기업, 거래시장 모두가 ‘실’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투자자의 경우 기업분석이 용이해져 기업가치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으며, 기업에서는 모든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내외부적으로 투명성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거래시장도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어 관심도 및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XBRL은 또 국제 표준언어기 때문에 국내기업이 외국기업 및 기관에게 자료를 제출할 경우 비용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도상호 계명대 교수는 “우리기업들이 외국 기업의 재무자료 요구에 대해 많게는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별도로 작성해 제출하고 있는게 현실”이라며 “현행 체제에서는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결정은 이르다=금감원은 현행 전자공시시스템에 적용되고 있는 출판표준웹언어(SGML)가 문제가 없어 굳이 XBRL로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SGML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구축해 가동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않아, 변경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98년 개발이 시작된 SGML 기반 시스템은 2001년 1월부터 현업에 적용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XBRL이 SGML과 비교해 특별히 새로운 것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물론 XBRL이 최근에 개발된 언어여서 기능이 뛰어난 것은 인정하지만 투자대비 효과를 보장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전문가들은 당국이 SGML을 고집할 경우, 단기간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XBRL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대비 외국기업들은 관련 솔루션 및 컨설팅 툴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는 반면 우리 기업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도상호 교수는 “우리나라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것은 이를 통해 파생되는 시장 때문”이라며 “자칫 외국 솔루션 및 컨설팅업체에게 우리시장을 모두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