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대중매체와 과학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이해 증진 노력이 필요한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과학기술이 장래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므로 훌륭한 인재가 과학기술분야를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점과 또다른 하나는 과학기술 개발에 많은 재원과 정부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므로 대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한 국제 세미나에서도 이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여섯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해서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여했는데 우수한 인재를 이공계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과학과 친밀해지고 과학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사회적 분위기와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해결 대안으로 대중매체와 과학관의 역할 증대를 강조했다.

　그런데 과학기술 국민이해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이 과학에 관한 정보를 얻는 주요 수단으로는 TV, 신문, 책(잡지), 과학관(박물관), 전시회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TV를 통해 과학기술에 접하는 경우가 25.5%로서 가장 많으며 신문, 잡지까지 더하면 62.1%에 달했다. 과학관이 기여하는 경우는 1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김학수). 즉 한국사회에서의 대중매체의 사회적 영향력이 그만큼 크며 과학관 등 과학문화기관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위한 과학교육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과학의 원리를 생동감 있게 경험하도록 과학관 시설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더욱이 오늘날 과학관은 관람객이 전시물들을 직접 동작해보고 느끼며 배우는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에 건설 예정인 국립과학관을 최첨단의 탐구와 체험 위주로 설계하고 있다.

　구미 선진국도 과학관 설립 초기에는 주로 역사적인 과학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나라가 전문 인력과 시설을 보강해서 과학관이 교육 센터로서 역할을 하도록 기능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면 대중매체와 과학관의 역할은 어떻게 증대되어야 할 것인가.

　첫째, 대중매체의 과학프로그램과 과학관의 기능은 둘 다 과학 교육적인 목적의 달성과 흥미의 제공을 동시에 추구하는 에듀테인먼트 나아가 인포테인먼트를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분야별 전문가를 확보하고 갖가지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 또는 제작하거나 필요시 아웃소싱도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영국의 BBC가 전체 프로그램의 10∼15%를 과학에 할애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이와는 별도로 전문과학채널을 설립 운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또한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도록 풍부한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둘째, 대중매체와 과학관은 상호 시너지를 갖도록 협력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과 더욱 친숙해지고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뉴미디어의 도움이 필요하다. 또한 대중이 가장 찾고 싶은 문화공간이 되도록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이질적 요인들이 통합되어 과학과 어우러지게 하는 데 대중매체의 역할이 기대된다. 각종 강연이나 이벤트, 교육 등을 협력하여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또한 전국단위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보다 폭넓고 다양한 계층과 지역 그리고 영역과 잘 접촉하도록 도울 수 있다.

　결론적으로 대중매체와 과학관은 21세기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이헌규 국립중앙과학관장 hglee@nsm.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