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LG 금주가 최대 고비

 ‘설상가상의 위기, 무난히 넘어갈까.’

 LG그룹이 LG카드의 자금난 심화와 LG홈쇼핑발로 시작된 불법 정치자금 수사라는 두 개의 초대형 악재로 최대 위기를 만났다. LG카드 유동성 문제는 비록 23일 저녁 채권단의 줄다리기 협상으로 극적 타결을 보았지만 그렇다고 그룹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LG카드 유동성 문제 실마리=23일 저녁 LG측이 제시한 수정확약서에 대해 채권단이 동의를 함에 따라 LG카드의 부도라는 극한 상황은 넘겼다. 현재 알려진 LG카드에 신규로 지원되는 8개 채권은행단의 자금규모는 모두 2조원. 농협이 5140억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 4370억원 그리고 산업과 우리은행이 각각 2000여억 등이다. 8개 채권단은 또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채권에 대해서도 1년간 상환을 연장할 방침이다. 이에따라 현금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LG카드는 빠른 속도로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미 부채가 25조원에 달하는 등 LG카드의 부실이 매우 심한 상태여서 앞으로의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특히 투신과 증권, 보험 등 제2금융권의 협조 여부가 LG카드 정상화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은행권과는 달리 투신과 증권 등은 LG카드 채권의 만기 연장에 합의한 상태가 아니어서 연말까지 1조4000억원의 채권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LG카드의 현금서비스 중단에 따른 신용성 하락도 간과할 수 없다. 비록 사흘에 그쳤지만 카드사로는 치명적인 오점을 남겨, 앞으로 LG카드가 정상화하는데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치자금 수사 파장=구본무 회장과 최영재 LG홈쇼핑 사장이 금주중 소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룹과 홈쇼핑 모두 정치자금은 적법하게 제공해 불법성이 없으며, 당연히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LG 관계자는 “정치자금 관련 법을 지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LG홈쇼핑측도 기존 LG정보통신 보유주 양도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관련 “홈쇼핑은 양도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전혀 문제성을 모르겠다”며 “압수수색 이후 검찰에서의 추가자료 요청 및 소환일자 통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LG측의 결백 입장과 별개로 비자금 조성 등이 검찰 수사에 포착될 경우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 18일 검찰의 LG홈쇼핑 압수수색으로 LG그룹 관련주 전체가 일제히 폭락하는 사태를 경험한 LG로서는 특히 ‘정도경영’의 그룹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계열사들 반응=LG 계열사들은 두 초대형 악재가 조속한 시일내에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특히 일련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당장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에서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설명이다. LG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정치자금 사건이 불거진 이후 대표가 참석하는 회의가 계속 연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당초 진행될 예정이었던 계획 등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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