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각)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슈퍼컴퓨터 행사 SC2003은 테라프롭스와 클러스터라는 두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고성능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세계 슈퍼컴퓨터들이 이제는 페타플롭스를 향하고 있으며 클러스터·블레이드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기술과 만나 ‘불붙는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열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대열에 우리나라도 뒤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도 의미가 깊다.
KISTI는 독일 HLRS슈퍼컴센터 등 10여개 각국 슈퍼컴센터와 그리드를 이용한 자원연동을 시도, 행사 기간 중 개최된 HPC챌린저컨테스트에서 상을 받았다.
행사기간 핫이슈로 부각된 클러스터는 결국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평가하는 기준을 바꾸는 위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Top500.org는 이번 행사기간에 지난 83년 처음 시작, 올해로 22회를 맞는 전 세계 슈퍼컴퓨터능력 평가 기준을 내년부터 린팩 외에 4가지를 추가해 총 5가지로 평가 기준을 확대키로 하는데 합의했다.
즉 ‘CPU 성능이 곧 시스템 성능’으로 이어지던 시절에는 상시 성능을 체크하는 기준으로 린팩 하나 만으로도 무리가 없었는데 수백, 수만대의 서버가 연결되는 클러스터 슈퍼컴퓨터가 등장한 현재는 린팩이 더 이상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측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최측은 기존 린팩 외에 단일 시스템내 CPU 성능과 입출력 속도를 체크하는 ‘스트림’을 비롯해 △랜덤액세스(서버간 입출력속도) △P트래인스(떨어진 서버의 메모리 사용시 성능패턴) △통신속도(IBL) 등으로 그 기준을 확대키로 했다.
클러스터 진영이 이번 행사의 꽃이었다면 블레이드 진영은 차세대 주자가 될 것을 예고했다. 슈퍼컴퓨터 시장에서 블레이드의 부각 역시 클러스터 확산과 무관치 않다. 블레이드의 부각은 클러스터가 확산되면서 필연적으로 제기된 공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텔과 같은 칩 업체를 견제하고자 하는 서버 제조사의 전략적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IBM이나 HP와 같은 유닉스 진영이 블레이드 사업에 발벗고 나서는 데 대해 클러스터의 대세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자사의 이익을 높이는 방안으로 블레이드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벤처로 출발, 창사 3년만에 매출액이 3800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성장한 블레이드 전문 업체 ‘RLX’ 외에도 IBM·HP·델과 같은 전통 기업들도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기술 홍보에 적극 나섰다. 또 아프로인터내셔널이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가 개발한 하이퍼블레이드서버를 출시하는 등 인텔 및 AMD 칩 기반의 블레이드 진영도 눈에 띄었다.
<피닉스(미국)=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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