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록스 등 기존업체와 한판 승부 예고
세계 1위의 프린터제조업체 HP가 연간 240억달러 규모의 복사기 시장을 겨냥해 출사표를 던짐에 따라 제록스, 캐논, 리코 등 기존 복사기 제조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할 전망이다.
HP는 18일 (현지시각) 라스베이거스 컴덱스쇼에서 분당 85장의 고속복사에 프린터기능까지 갖춘 고성능 복사기 시리즈를 공개하고 향후 기업용 복사기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사업전략을 발표했다.
HP의 이미징 앤 프린팅 그룹(IPG)은 몇년 전부터 스캐너와 프린터, 복사기능을 통합한 보급형 디지털 복합기기를 일부 내놓았지만 대기업체의 사무수요를 감당하기는 출력속도가 너무 느려 사실상 기업용 복사기시장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이같은 행보는 그동안 HP에게 엄청난 수익을 벌어준 프린터 부문의 성장세가 최근 급격히 둔해지자 새로운 성장엔진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HP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프린터기기와 소모품 판매로 무려 20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최근 일부 저가형 프린터의 판매가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IPG는 두자리 숫자의 성장률을 지속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이 회사 IPG부문의 요메시 조시 부사장은 “전세계에서 출력되는 종이문서 중에서 프린터로 인쇄되는 물량은 4%에 불과하다”면서 “나머지 96%의 프린팅시장을 공략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HP가 새롭게 눈독을 들이는 기업용 복사기는 세계시장규모가 연간 240억달러며 제록스, 캐논, 리코 등 경쟁자들이 탄탄한 유통, AS망을 구축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HP가 새로 진출하는 복사기 영역에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과거 프린터분야에서 성공신화를 재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HP측은 기업내 프린팅 수요가 IT영역과 연결되면서 복사기와 네트워크 기술을 접목하는 데 서투른 기존 복사기 제조업체들에 비해 자사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문가들은 프린터 시장의 선두주자인 HP가 복사기 시장에 도전하는데 맞서 복사기업계 1위인 제록스도 덩치가 작고 네트워크 연동성이 뛰어난 신형 복사기를 개발하고 있어 향후 디지털 출력시장에서 HP와 제록스 두 거인의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