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와 교통정보 수급계약 못해
현대·기아차가 6년동안 준비한 텔레매틱스 서비스 ‘모젠’이 킬러 콘텐츠 구득난으로 출발부터 ‘반쪽 서비스’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18일 현대·기아차 및 도로공사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이번주부터 텔레매틱스 서비스 ‘모젠’ 가입자 신청접수에 들어가 이르면 이달말부터 본격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나 도로공사와 고속도로 실시간 교통정보 수급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고속도로 정보를 제외한 시내 도로정보만 제공할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기아차 고위관계자는 “도로공사가 정보이용료로 연간 10∼2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요구해 아예 고속도로 정보를 빼기로 했다”며 “무인카메라 알람기능도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 텔레매틱스 교통정보 서비스는 당분간 시내 도로정보 등 일부 정보만 제공, 부실화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관련기관과 말썽을 빚고 있는 무인카메라 위치알림 서비스도 교통정보서비스에서 제외키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교통정보는 도로사정이 여의치 않은 국내 텔레매틱스 서비스의 킬러 어플리케이션”이라며 “특히 교통정보 이용자의 대부분이 시내 정보보다 실시간 고속도로 정보를 더욱 궁금해 하는 실정을 감안하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현대차 텔레매틱스는 메리트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현대·기아차는 완성차주도의 텔레매틱스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원격차량진단서비스 등도 준비부족으로 2005년 이후로 미룬 상태다.
하지만 이같은 콘텐츠 구득난은 현대·기아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어서 정부 차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텔레매틱스산업협회 배효수 부국장은 “국내 텔레매틱스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통정보 수집 및 배포체계와 같은 인프라 마련과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최근 텔레매틱스산업이 급부상하면서 이같은 문제에 대한 논의는 많았졌지만 정작 해당 정부부처간 주도권싸움으로 전혀 진전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부품연구원 이수영 본부장은 “텔레매틱스 산업은 통신·자동차·전자 등 이종산업이 결합해 만들어내는 일종의 복합산업이라서 이해관계가 다른 정부부처와 업체가 충돌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하지만 이들이 대의보다는 자신들의 주장만 펼친다면 아무리 텔레매틱스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꼽아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선두주자인 이동통신업체들에 이어 국내 자동차시장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마저 텔레매틱스 대중화에 실패한다면 국내 텔레매틱스산업 육성전략은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