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들이 외국인 투자 유치에 나섰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인센티브 마련과 함께 보다 구체적이고 획기적인 투자유치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2일 관련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전북·광주·대전 등 지자체들이 지역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실패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투자유치 대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나 준비는 소흘히한 채 성급하게 추진했다가 낭패보는 일이 많아 유치실적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 2000년부터 투자유치에 공들여 온 이탈리아계 인쇄회로기판(PCS) 업체 울트라텍이 사업포기 의사를 최종 밝혀옴에 따라 외국인 투자유치에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도는 울트라텍을 유치하기 위해 국비와 도비 등 30억원을 투입, 전주과학산업단지의 공장부지 3만3000여㎡를 매입해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했으나 다른 기업을 찾지못하고 이를 다시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해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도 관계자는 “울트라텍이 PCS 산업의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이유로 투자를 미뤄오다가 결국 전북도 진출을 포기한 것 같다”며 “외국인투자지역에 입주할 대체업체를 물색해왔으나 신규 투자자를 발굴하지 못해 외국인투자지역의 해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대자동차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전북지역에 설립을 검토했던 상용차 합작법인도 최근 다임러가 중국 진출로 방향을 돌리면서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광주시도 지난 5월 최첨단 신소재인 액체금속(리퀴드메탈) 분야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리퀴드메탈테크놀로지스로부터 5억달러 규모의 연구개발센터 유치를 추진했으나 부지제공과 현물출자 등의 이견으로 자진 포기했다.
대전시의 경우 올초부터 미국 제임스카메룬 영화사의 디지털 스튜디오 유치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카메룬영화사측에서 제시한 동·식물 다큐멘터리 제작에 필요한 60억원 가량의 제작비 투자와 기술제공 등 현물 출자제안을 수용할 수 없어 중단한 상태다. 대전시 관계자는 “디지털 스튜디오 유치가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며 “카메룬측에서 대덕밸리의 기술력을 우수하게 평가하는 만큼 향후 상호협력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잇따르는 각 지자체의 외국인 투자유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외국인 투자유인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전남대 경영학과 박형호 교수(54·광주시 투자유치위원회 위원)는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발상전환과 함께 철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규제완화와 조세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 제공과 도로와 항만 등 사회간접시설 확충,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전문가 영입 등을 통해 내실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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