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갈등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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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달 7일 전국 국·공립대 교무처장협의회가 교육인적자원부에 2004학년도 대학입시에서 NEIS 체제로 입시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요구한 데 이어 서울대와 연세대, 서강대 등 서울 시내 14개 대학도 최근 2004학년도 정시모집부터 학생부 전산자료를 NEIS 형태로만 접수받기로 결정했다.

 그간 NEIS 중단을 요구해 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대학들의 이런 방침에 대해 ‘월권행위’라며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는 등 NEIS 시행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NEIS를 강행하기 위해 입시일정 차질을 과대 포장하는 교육부의 묵시적 방조가 한 몫하고 있다는 게 전교조의 분석이다. 이에 앞서 전교조 서울지부 소속 교사 5300여명은 NEIS 입력 거부를 선언한 바 있다.

 올해 3월부터 NEIS 시행을 둘러싸고 야기된 교육부와 전교조 등 시민·사회단체간 갈등은 지난 7월 국무총리 산하 교육정보화위원회(위원장 이세중)가 설립돼 NEIS를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해 시행 여부를 다시 결정하기로 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교육부와 전교조는 교육정보화위원회를 통해 총 27개 NEIS 입력 항목중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 소지 가능성을 제기한 교무·학사, 보건, 입학·진학 등 3개 기본항목을 NEIS에 포함시킬지에 대해 결론을 미룬 채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 5일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다음 달부터 본격화되는 각 대학별 입학 전형에 앞서 다시 부활한 NEIS 찬반 논쟁에 교육부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며 NEIS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전국 고교의 96%가 이미 NEIS를 가동중이라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전교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NEIS의 인권 침해 요소 및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에 대한 근본적 대안 없이는 NEIS 강행을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교조 등 시민사회 단체가 NEIS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별 학교의 정보만을 담고 있는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과 달리 NEIS가 200여 가지가 넘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축적된 신상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통합·관리함으로써 개인정보 유출과 인권 침해의 우려가 높다는 데 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교육부는 NEIS 이전의 CS 체제에서는 보안 관리자를 학교별로 둬야하기 때문에 예산이 많이 들고 학교 컴퓨터망이 훨씬 보안에 취약하다고 반박한다. 또 NEIS는 해킹에 대비해 방화벽 등 최신 보안장비를 갖추고 공인인증서 없이는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비밀키 인증 방식과 침입탐지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NEIS 반대는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NEIS를 둘러싼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보처리의 효율성과 인권침해 등의 핵심 쟁점은 뒷전으로 밀린 채 첨예하게 대립하는 교육부와 전교조가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교육부와 전교조간에는 대화와 타협보다는 대립과 투쟁만이 있었다. 물론 NEIS를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고 바람직한 대안 마련을 위해 윤덕홍 교육부총리와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간에 수차례 만남이 있었고 실무자급의 창구도 마련됐었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반목과 갈등을 키우기만 했다.

 IT 관련 모 대학 교수는 “NEIS를 통한 학생 정보 처리 필요성과 인권침해 가능성을 집단간의 이해 다툼이 아니라 학생 입장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학생 관련 자료를 반드시 정보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인권침해 소지는 어느 정도이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하는 자세를 보일 때 해결책을 찾지 않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보화시스템은 이미 우리 사회 모든 부문에서 구축되고 있고 동시에 정보 유출이나 그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교육부와 전교조는 NEIS 문제가 이해 관계의 문제가 아닌 학생들의 문제임을 깊이 인식하고 인권침해 부분은 기술적인 해결을 강구하면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게 교육 및 IT분야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이는 이 프로그램의 수혜자가 돼야 할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교육부와 전교조가 갈등으로 내달리는 동시에 대학입학을 준비하는 일선 고교의 시름만 깊어 가는 것도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교육부 입장>

 교육부는 NEIS 시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 일부 대학들이 전국 고교에 학생부 전산자료를 NEIS 형태로 일원화해 줄 것을 요구한 것과 관련 NEIS는 2년여 동안의 업무처리 절차 혁신과 프로그램 개발, 현장 적용을 위한 시범학교 운영, 프로그램 보완 및 개선을 거쳐 구축돼 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3월 이후 전국 96%의 고등학교가 이미 교육부 지침에 따라 NEIS로 학생부 자료를 준비해 놓은 상태여서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NEIS는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종전의 CS방식을 대체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의 웹 기반 교육행정지원 시스템”으로 “대학들이 NEIS 형태로 정시 모집에 필요한 학생부 자료를 수집하고 평가하는 데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CS시스템을 고수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치 586급 컴퓨터 시대에 인터넷과 동영상이 작동되지 않는 386급 컴퓨터만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발상이라는 게 교육부의 인식이다.

 교육부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보 유출 등 보안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종전의 CS시스템이야말로 해킹이나 바이러스 침투 등에 극히 취약한 시스템으로 NEIS는 인터넷 뱅킹 수준의 4중 보안장치를 갖추고 24시간 전문인력에 의해 관리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전국 고교의 4%인 80여개 학교만이 NEIS 이외의 방식으로 학생부를 처리하고 있는 가운데 입시일정을 감안해 NEIS를 결정한 대학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전교조 입장>

 

 그간 NEIS의 정보 인권 침해 가능성를 주장하며 NEIS 전면 시행에 반대해 온 전교조. 전교조는 최근 서울 시내 14개 대학이 2004학년도 정시모집부터 학생부 전산자료를 NEIS 형태로만 받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교육부에 대한 의혹을 감추지 않고 있다.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은 “내년도 전체 대학 입학정원의 42%가 1학기 수시모집을 통해 이미 선발이 끝난 상태에서 정시모집 일정 차질 때문에 NEIS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교육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학생의 불이익을 핑계로 NEIS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교육부가 고의적으로 대학을 부추겼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도의적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비교육적인 태도’라는 게 전교조의 입장이다.

 실제로 전교조는 지난 달 서울 소재 10여개 대학 입학처장들을 직접 면담해 확인한 결과, 대학들은 NEIS든 CS든 전산자료를 통일된 방식으로 제공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대부분의 대학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NEIS 방식을 고집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교조는 NEIS가 아니더라도 내년도 정시모집에는 별다른 차질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이상, 예정대로 ‘고3 NEIS’ 반대운동을 전개해 나가는 한편 만에 하나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조합원들을 통해 CS는 물론 수기, 출력물 등 만반의 준비를 다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끝까지 NEIS를 고집함으로써 정시모집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이는 교육부의 ‘고의적인 판깨기’로 인한 것이며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교육부에 귀속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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