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원장 공모에 무려 13명이나 `출사표`
과학기술계에 인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임기를 남겨둔 일부 기관장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이런저런 하마평으로 과기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오길록 전 원장의 사퇴로 시작된 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공모엔 무려 13명의 산학연 거물급 인사들이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져 오는 12일 원장후보심사위원회에서 압축될 최종 3명의 후보자가 누가 될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ETRI는 응모자 신상을 철저히 보안에 부치고 있다.
주목받는 인물은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위원장인 배순훈 전정통부장관. 배 위원장은 가장 유력한 인물로 알려졌다. 물론 그는 가까운 지인 등을 통해 ‘응모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언급했지만 최종 입장은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다. 만약 배 위원장이 응모 했다면 ‘정부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과기계의 시각이다.
이와관련, 배 위원장 측근은 “어딘가로부터 ETRI 원장으로 와달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응모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해 궁금증만 증폭되는 상황이다.
임주환 현 TTA 사무총장과 박항구 현대시스템사장, 김춘호 전자부품연구원장, 이단형 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원웅 인천대교수 등도 유력후보군에 속하고 ETRI 내부의 박치항 정보보호연구본부장, 김현탁 선임연구원 등도 거론된다.
최근에는 본인 의사와 관계 없이 송문섭 팬택&큐리텔 사장(스탠포드대 박사), 박재하 모노로라코리아사장(예일대 박사), 정규석 전 데이콤사장(버클리대 박사) 등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기업인중에서 전격 영입할 것이란 설도 나온다. 원장 선임에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부 분위기가 CEO 출신을 선호한다는 논리가 뒤따른다.
이와관련 박원훈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은 “다음 원장은 글로벌마인드를 갖추고 ETRI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명세 전 이사장이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총장으로 선출되면서 공석이된 기초기술연구회 차기 이사장 자리도 주목된다. KIST 등 4개 출연연을 관리감독하는 기초연구회 이사장은 실권(?)은 거의 없지만 표면적으로는 차관급인 ETRI원장과 달리 장관급 자리여서 원로 과학자들이 선호하는 명예직이라는 게 강점이다.
다만 기초연구회 이사장은 공모제가 아니라 후보자를 2명 정도로 압축, 국무총리가 최종 한명을 낙점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달중 임명절차를 마무리지을 차기 이사장 후보로는 현재 신재인 전 원자력연구소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60세 전후의 전임 출연연 기관장 출신을 비롯해 대학교수 등을 중심으로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계 중견 및 원로들의 정신적 구심체 역할을 하는 과학기술 한림원장 역시 최근 선거바람에 휩쌓여 있다. 차기 원장 후보로는 KIST 원장 출신의 K모씨를 필두로 전 과기부장관 출신의 C씨, 서울대 J 및 L 교수 등 원로급 과학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특히 한림원장은 최종 2명의 후보를 선정, 전회원을 통한 직선제로 선출하는 선거방식이 화제다.
<정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