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C카드 도입 일방통행식 추진에 우려

관련업계, "시장활성화 역행 우려"

 지난 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IC카드 도입 세부 추진방안’에 대해 관련 업계가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 추진 계획이라며 불만을 표하고 나섰다. 세부추진방안 가운데 불만이 가장 집중되고 있는 대목은 민관합동기구인 IC카드도입추진단회의가 투표로 밀어부친 시드(seed)방식의 암호 알고리듬.

 스마트카드업계와 신용카드사를 비롯 일부 은행 등은 시드방식이 채택이 결과적으로 올초 결정된 현금 및 신용카드의 비밀번호 입력방식을 번복한 것이어서 개발자의 혼란과 함께 중복투자 및 비용 과다 지출 등의 우려가 높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또 은행권이 재정란을 이유로 IC칩 기반의 스마트카드 발급 시기를 늦추거나 수량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관련 시장 활성화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내놓고 있다.

 ◇암호 알고리듬, 세계표준 무시=최근 열린 IC카드도입추진단회의에서 우리, 외환 등 9개 시중은행은 국산 ‘시드’만을 알고리듬으로 채택할 것을 주장한 반면 다른 8개 은행과 8개 신용카드사는 ‘시드’와 함께 세계표준인 ‘3중 DES’를 동시 채택할 것을 주장했다.

 결국 표결끝에 ‘시드’만을 채택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추진단회의에서는 암호알고리듬 채택 문제가 현금카드에 한정돼 있다는 이유로 신용카드사들에게는 표결권을 주지 않았다.

 동시채택 주장 측은 이번 결정으로 기존에 발급된 카드로는 금융자동화기기(CD/ATM)에서 현금 인출이 블가능해 모든 카드를 새로 발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복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통신사들이 기존에 발급한 수백만장의 카드가 현금카드용으로 재발급이 불가피해지다는 것이다. 서비스 업체들은 또 ‘시드’만을 채택한 별도의 스마트카드를 회원들에게 제공할 수밖에 없어 장당 4000∼6000원에 달하는 발급비용을 모두 떠앉게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정책 혼선으로 중복개발 여지=올초만해도 금감원은 현금과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를 고객들이 직접 입력하는 ‘핀패드’ 방식을 도입키로 하고 은행권, SI업체, 스마트카드 솔루션업체 등에 관련 시스템 개발을 유도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는 핀패드 대신 1회 입력방식으로 바꿔버렸다. 이때문에 개발업체들은 최악의 경우 원점에서 다시 작업을 벌여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한 개발업체 관계자는 “그동안의 개발 비용을 고스란히 손해보게 됐다”며 일괄된 정책을 유지해 줄 것을 촉구했다.

◇시장 활성화 ‘물건너갔나’=올초 큰틀의 IC카드 도입 계획이 발표되면서 관련업계는 이사업이 국내 스마트카드 시장 활성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최근 은행권에 ‘최소 1000장 규모의 발급시스템’ 설치를 권고하면서 카드발급 규모가 당초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따라 관련업계는 모처럼의 시장 확대 기회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금처럼 금융환경이 최악인 상황에서 발급규모를 ‘최소 1000장’으로 규정할 경우 은행들은 이를 최대치로 여긴다는 것이다. 스마트카드 솔루션 업체의 한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 20개 은행이 1000장 발급시스템을 구축하면 전 은행을 통틀어도 2만장이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5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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