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재일ㆍ오지철 차관 회동 `주목`
‘화해냐 끝없는 경쟁이냐.’
문화콘텐츠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 사이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업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당연히 문화관광부에서 하겠지’라는 일반적인 추측과는 달리 첨단기술과의 접목이 필수적인 현재의 콘텐츠 산업에서는 정보통신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
때문에 지난 2001년 정부는 ‘IT업무 관련 경제정책 조정회의’를 개최해 콘텐츠 육성은 문화부에서 담당하고 이와 관련된 기반기술은 정통부에서 주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양측의 협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차세대 중요산업인 문화콘텐츠 산업을 주도하려는 양 부처의 노력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역효과를 낳고 있다. 정통부는 기반기술 개발이라는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 콘텐츠 산업 자체를 육성하는데 적극적이며 문화부 역시 정통부의 영역이었던 기반기술 개발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특히 현재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는 정부부처간 업무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콘텐츠산업 육성의 적임자로 공인받기 위한 문화부와 정통부의 노력은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정통부 변재일 차관과 문화부 오지철 차관, 서병문 문화콘텐츠진흥원장과 고현진 소프트웨어진흥원장이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 하고 콘텐츠산업 육성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져 콘텐츠산업을 둘러싼 문화·정통간 역할조정이 재정립될지 업계의 비상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보통신부, 기선제압=정보통신부는 이달 초 디지털콘텐츠산업 활성화를 위한 민관협의체인 한국 디지털콘텐츠 미래포럼(회장 남중수 KTF사장)을 결성했다. 참여정부 들어 꾸준히 디지털콘텐츠 산업정책을 강화하던 정통부가 드디어 승부수를 띄운 것.
디지털영상, 모바일콘텐츠 제작사 등 150여개 업체가 참여한 발대식에서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2007년까지 약 5800억원을 투입해 세계 5대 디지털콘텐츠 강국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을 직접 밝히는 등 디지털콘텐츠 산업을 이끌어가겠다는 속내를 강하게 드러냈다.
정통부는 특히, 디지털영상투자조합의 운영자금 규모를 기존 35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리고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100억∼150억원을 투자해 디지털영상 제작업체들을 지원한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밝혀 업계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정통부 산하 소프트웨어진흥원도 지난 8월 ‘디지털콘텐츠산업 육성계획’ 공청회를 개최하고 진흥원 내에 게임사업팀과 영상콘텐츠사업팀을 개설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12월에는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콘텐츠 산업 전시회인 ‘소프트엑스포&DCF 2003’을 개최하기로 하고 참여업체를 모집하는 등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화관광부, 승부는 이제부터=문화관광부는 30일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방문을 반격의 계기로 생각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 날 음악녹음스튜디오, 정보자료실 등을 갖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산업지원센터를 방문해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문화부의 지원현황을 살펴볼 예정이다.
문화부는 참여정부 들어 산업육성보다는 순수문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섞인 목소리를 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인 산업계 지원은 꾸준히 진행됐지만 지난 99년 제정된 ‘문화산업진흥기본법’과 2001년 발표된 ‘콘텐츠코리아 비전21’을 기반으로 강력한 콘텐츠 육성정책을 펼쳤던 국민의 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느낌부터가 다르다는 평이다.
이창동 장관이 취임 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을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산업육성의지 부족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문화부 산하기구를 대상으로 실시된 국정감사에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윤철상 의원은 “문화부가 콘텐츠산업 육성에 자신이 없으면 손털어라”라며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때문에 문화부가 이번 대통령 방문을 통해 산업육성의 의지를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기에 뉴미디어와 디지털콘텐츠 육성을 위해 문화산업국을 문화미디어국과 문화산업국으로 이원화하고 게임과, 콘텐츠개발과 등을 신설하는 등 조직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개편작업이 완료되면 문화부의 산업육성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떻게되나=“지원을 펼치는 정부기관이 많으면 좋은 점도 있지만 일정한 기준 없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이 펼쳐진다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대단히 곤혹스럽다”는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부처간 경쟁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동반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28일 정통부와 문화부 고위관계자들의 회동에서 구체적인 결정사항이 도출되지는 않았지만 산업계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양측이 협력해야한다는 데에는 공감했다는 점은 대단한 수확이라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올해 말로 예상되는 정부조직 개편 방향 확정 전에 문화부와 정통부가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업계의 혼란을 줄이고 차세대 전략 산업인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한다는게 콘텐츠업계 종사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