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도산에 소비자 피해도 속출
가전 유통업계에 중국산 가전 ‘비상령’이 떨어졌다.
올들어 하이얼 브랜드를 필두로 중국산 가전 제품이 봇물처럼 수입되고 있지만 고객사후관리(AS)가 따르지 않는 등 문제가 빈발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식 채널을 통하지 않고 집단 전자상가 등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이들 중국산 가전은 중국 본사와 AS계약이 명확하지 않거나 아예 서비스체계 조차도 갖추지 않아 제품의 하자가 발생해도 수리는 커녕 문의나 반품 조차 힘들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AS 체계를 갖춘 일부 수입업체들도 반품을 중국으로 환급할 수가 없어 도산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현재 중국산 가전을 취급하는 유통업체는 그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전문 도매상에 공급하는 기업, 도매와 수입을 병행하는 기업 등으로 나뉜다. 이들이 수입하는 물량은 현재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전체 중국 가전 중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이 달 초까지 중국산 가전을 취급했던 용산 전자단지 내 한 상인은 “중국산 가전이 봇물 터지듯 유입돼 판매업체 수를 파악하기는 힘들다”며 “소형 가전만 놓고 볼때 용산 전자단지에서만 30여 군데나 된다”고 말했다.
중국산 가전은 이처럼 저가를 무기로 여러 곳에서 팔리고 있지만 정작 사후 관리는 거의 전무해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또 치명적인 결함이 계속되면 중국에서 관계자가 직접 국내로 들어와 불량을 확인하고 교체와 환급까지 약속하지만 막상 중국으로 돌아가면 말이 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국내에 분쟁을 중재해 주는 곳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중국업체와 옥신각신하다 시간만 가는 바람에 결국 모든 피해는 소비자에게로 고스란이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 뿐 아니라 이들 중국산 가전을 수입한 업체 역시 반품을 처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부도 위기까지 몰리고 있기도 하다. 특히 중소 수입업체들의 경우 엄청난 양의 반품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정작 중국 본사에서 이를 환급받을 수 없고 결국 불량 제품을 고스란히 떠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중국산의 판매와 구매를 보류해야 하지만, 정작 업체와 소비자 모두 싼 가격에 현혹돼 구매 욕구가 식지 않아 문제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예컨대 선풍기의 경우 용산전자단지 내에서 1∼2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어 AS가 되지 않더라도 여름 한철만 쓰고 버린다는 생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용산단지의 한 중국산 가전 수입 상인은 “가전 제품의 질을 검사하기 위해 중국 현지 공장을 직접 점검하고 들여오지만 불량품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중국산은 아직 기술력이 떨어져 품질에 문제가 있고 사후 관리도 부실하지만 저가라는 장점이 판매상과 소비자을 지속적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해야할 뿐 아니라 중국산 등 저가외제품에 관련된 소비자문제를 전담할 ‘힘있는’ 정부 중재기구가 시급히 설립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비자 역시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믿을수 있고, 사후 관리가 확실한 제품만 구매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