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기업체 기산텔레콤(대표 박병기) 연구5실에서 광RF1팀장을 맡고 있는 이성훈 책임연구원(41).
올해로 개발자 생활 12년째에 접어든 이 연구원은 ‘연구개발’ 업무가 직장 일인 동시에 자신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생활 자체라고 말한다.
이 연구원은 그렇기에 자칫 느슨해지고 지치기 쉬운 개발자 생활을 세가지 단계로 나누어 그때마다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91년 대우전자에 입사하며 개발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은 이 연구원에게 이후 5년간의 대우전자 생활은 모든 것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했던 1단계 과정에 해당한다.
“입사 후 위성방송 수신 모듈 및 장비 개발을 맡았는데 공교롭게도 ‘사수’라고 부를만한 선배가 없었습니다. 별수없이 혼자서 해외 전문서적을 탐독하고 가끔 회사를 방문하는 외국인 엔지니어를 붙들고 물어가며 하나씩 알아갔죠.”
당시 한 전문서적을 10번씩 읽기도 했다는 이 연구원은 비록 개발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적어 좋은 실적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는 이유 하나로 만족하고 있다.
“초년병 시절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바라는 것은 무리겠죠. 다른 데 한눈 팔지 않고 배우는 데만 주력했습니다.”
이후 사람과기술, 세원텔레콤 등을 거쳐 지난 2000년 기산텔레콤에 새로운 둥지를 마련한 시기는 2단계 과정에 해당한다는 게 이 연구원 나름대로의 시기 구분법이다.
“나 자신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그 실력을 가지고 실제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본 시기였습니다. 단순히 연구실에서만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연구개발에 매달렸습니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을때도 있었지만 좋은 경험이 됐죠.”
그렇다면 경력 10년차를 넘어선 지금은 이 연구원에게 어떤 시기일까. 이 연구원은 ‘명예’라는 한마디로 마지막 세번째 단계를 설명한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업계에 널리 알린다는 뜻에서의 명예는 아니다. 그가 말하는 명예는 회사 후배들에게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전수하고 후배들이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비록 제가 가진 것이 많진 않지만 모든 것을 후배들에게 주고싶어요.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후배들이 되풀이 하지 않고 보다 많은 것을 이루도록 힘쓸 계획입니다.”
최근 통신장비시장이 불경기라 안타깝다는 이 연구원은 후배들을 도와 불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새로운 장비를 개발, 세계시장에서 자사 장비가 호평받는 상황을 기대하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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