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임시주총장 이모저모

 ○…주총이 열린 일산 하나로통신 본사 1층에는 주총 2시간 이전인 7시경부터 400여명의 하나로통신 노조원이 자리를 잡아 파업현장을 방불케 했다. 이들은 외자유치를 반대하는 LG측을 성토하는 ‘통신사업을 이끌 능력이 없는 LG는 물러가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붙여놓고, 입장하는 주주들에 ‘소액주주가 힘을 모아 외자유치안을 가결시키자’는 전단을 일일이 나눠줬다. 김영록 노조위원장은 “가결이 안되면 회사가 부도나는 상황에서 노조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며 “2만주 이하 소액주주들 위임장 확보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부결시 행동을 묻는 질문에는 “부결가능성은 생각해 본적도 없다. 60% 이상의 위임장을 확보했다. 자신있다”고 답변.

 ○…주총전부터 LG측과 하나로측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양측 변호사들은 위임장 확인절차와 사진촬영 등으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LG측 자리를 사전에 배정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양측의 승강이도 있었다. 10층에 마련된 주총장은 입장이 허용된 8시경부터 하나로측이 대부분의 자리를 완전히 장악, 8시에 도착한 LG측 주주 대표 20여명은 자리를 잡지 못해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이 하나로 이사용으로 배정된 자리를 차지하자 큰 소리로 야유하기도. 데이콤 관계자는 “하나로측이 20석을 배정해주기로 해놓고 실제 12석 정도밖에 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주총장으로 가는 1층 엘리베이터 주변과 주총장 입구에는 하나로 용역 사설경비업체 직원 50여명이 입장을 통제하는 등 삼엄한 분위기. 주총장 내에도 안내 명찰을 단 경비업체 직원 10여명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배치됐다. 이들은 LG텔레콤측 대리인이 “위임장에 대한 표결을 못했다”는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소란이 발생하자 LG측 대리인을 주총장에서 끌어내기도.

 ○…박병무 뉴브리지 캐피탈 코리아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외자유치안이 가결된 것에 대해 “이번 주총 결과는 하나로통신의 13만 주주 및 임직원의 승리”라며 “뉴브리지 컨소시엄은 하나로통신 경영진과 함께 하나로를 세계 최고의 브로드밴드 회사로 육성, 주주 이익 극대화에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또 “LG는 하나로통신 발전에 기여할 많은 부분이 있다. LG와 긴밀히 협력해 회사발전, 주주이익 극대화뿐만 아니라 한국 통신시장의 발전을 위해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며 LG측의 협력을 당부했다.

 ◆ 주목받는 윤창번 하나로통신 사장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LG그룹을 제치고 자사의 선호안을 관철시킨 윤창번 사장에 새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주총은 처음부터 하나로통신측이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치러진 데다 소액주주의 위임장으로 현 1대주주를 제쳤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7월부터 하나로통신을 맡은 윤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1200억원 달러규모의 해외신주인수권부사채(BW) 도래, 위기에 빠졌다. 그의 말대로 “하루도 편히 밤잠을 못잤다”.

 윤사장은 LG측과 외자측을 오가며 안간힘을 썼다. 결국 SK, 삼성 등의 힘을 빌려 단기 유동성 위기를 넘긴 뒤 뉴브리지-AIG 컨소시엄을 대주주로 맞는 방안을 선택했다.

 당시 LG측의 지분이 16% 가량인데다 외자유치안을 통과시키려면 최소한 이의 2배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윤 사장은 소액주주의 위임장 확보를 통해 전체 지분의 26%를 확보, LG그룹을 따돌릴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소액주주 위임장을 계기로 윤창번 사장과 하나로통신 임직원들이 일치 단결해 움직인 점을 업계에선 높이 평가했다. 한 통신회사 관계자는 “이번 일이 향후 회사를 살리는 데 큰 에너지가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와함께 통신시장에서 윤 사장의 발언에 무게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보통신정책 연구원장 경험을 토대로 정책 개발에 나서겠다는 말을 수차례 한 바 있어 향후 정부의 통신정책이나 통신시장 구조조정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하나로 주총 각계 반응

 정통부는 그간 중립을 지키겠다는 방침 때문인지 이번 주총 결과에 대해 언급을 회피했으나 내심 일단락된 데 대해 안도감을 표시했다. 정통부 한 관계자는 “최대 고민거리였던 문제가 해결돼 다행스럽다”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번 주총 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했으며, 유선 경쟁사인 KT는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향후에 뉴브리지-AIG 콘소시엄뿐 아니라 주요주주인 LG, 삼성 등과 공동 협의를 통해 하나로통신 기업가치 제고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하나로통신의 경영 주체가 확실해짐에 따라 앞으로 유선시장의 경쟁 구도가 갖춰질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통신시장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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