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과학기술위성 1호에 관한 내용은 우리에게 과학기술 연구&개발(R&D)의 정체성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지난 1957년 비록 냉전논리의 산물이라는 씁쓸한 뒷맛은 있으나 러시아(옛 소련)가 인류 역사상 첫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했다. 이후 세계는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국력의 상징처럼 우주기술개발전쟁에 돌입했고 지금까지도 그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항공우주기술을 국가 미래 핵심분야로 설정하여 연구개발에 열을 올린 결과 몇 해전부터 크고 작은 성과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성과로서 지난 9월 27일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EU,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자체 기술로 만든 우주관측용 인공위성을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는 소형과학위성 독자제작기술 보유라는 성과도 있지만 이에 앞서 최초 교신 실패 후 성공까지 일련의 궤적이 더 큰 성과와 교훈을 남겼다.
우주궤도로 올려진 인공위성과의 교신이 되지 않아 실패한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과 함께 연구팀이 미처 허탈감을 느끼기도 전에 엄습한 긴장감은 당사자들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힘든 상황임이 틀림없었으리라고 본다. 이후 이틀하고도 8시간이 지나 처음 교신 실패 후 11번째만에 인공위성과 교신이 이루어져 위성의 위치·상태 등을 파악했다.
아마도 연구책임자와 연구원들에게 주어졌던 56시간은 지난 5년간의 연구개발 기간을 포함하여 이 연구개발사업의 진수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첫 교신 실패 후 즉각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전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심정으로 다각적으로 점검하고 확인하는 작업과 싸웠을 것이다.
연구를 영어로 탐구·조사 등의 의미로 사용하는 리서치(research)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다시’ ‘재차’라는 뜻의 ‘리’(re)와 ‘찾다’ ‘탐색하다’라는 단어 ‘서치’(search)의 합성어로서 이를 그대로 풀어쓰면 ‘다시 한번 탐색·조사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연구개발이란 돌다리도 두드리며 간다는 우리 속담과 같이 시도, 재시도가 계속적으로 이뤄지고, 확인과 검증을 연속해서 실시하는 등의 지루하리만큼 고된 행위로써 그 중심에는 과학기술자의 피와 땀이 녹아 있다.
이와 더불어 연구개발에 있어 성공과 실패는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는데, 그 차이는 백지 한 장의 차이도 없다. 즉, 결과를 있는 그대로 쉽게 순응하며 포기하는 것과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다시 도전하겠다는 순간적인 판단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특히 ‘빨리 빨리’ 문화에 젖어있는 우리의 정서대로라면 끈질긴 시도 없이 비록 자조적이기는 했을지 모르지만 “실패야”하는 한마디 말로 모든 것이 쉽게 끝났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있을 수 있었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이번 인공위성의 사례는 과학기술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에도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본질과 실체를 재삼 생각케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젊은 과학기술자들이 연구개발에 임하는 자세를 모범적으로 보여줬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를 더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 곽민해 과학재단프로그램관리자 mhkwak@kosef.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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