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MS, 메신저 분야에서도 `배짱` 사업

라이선스 공개도 않고 "무조건 등록신청 하라"

 MS가 이달 15일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MSN메신저 라이선스 등록정책을 두고 그 동안 OS 및 웹브라우저의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한 MS의 고압적인 자세가 메신저 시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MS는 지난 8월 말 국내 메신저 및 관련업체 18개사 공문을 보내 이달 15일부터 MSN메신저 라이선스 등록을 하지 않은 업체들에 대해서는 자사 MSN메신저와 연동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본지 9월 4일자 참조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지 50여일이 지나도록 라이선스 정책에 대한 일체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을 뿐만아니라 연동차단을 선언한 당일인 15일까지도 아무런 공식통보를 하지 않아 국내 업체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더욱이 이런 상황인데도 MS본사는 오히려 국내 업체들에게 비밀유지합의서(NDA) 우선 체결을 요구하고 나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메신저 업체의 한 관계자는 “마치 OS의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국내 PC업체들을 주무르던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이리저리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입장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했다.

 ◇라이선스 내용 오리무중=연동차단을 선언한 시점인 15일을 전후로 명확한 내용이 공개될 줄 알았던 국내 업체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상당수 국내업체들은 MS가 어느 정도의 로열티를 요구할 것인지, 어느 정도 통제정책을 갖고 갈 것인지 여부에 따라 라이센스 등록여부를 확정할 계획이지만 16일 현재 국내 어떤 업체도 MS로부터 라이선스 등록정책의 내용과 앞으로의 일정을 통보받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은 MS가 라이선스 등록방침을 발표한 8월 22일 이후 50여일동안 수시로 MS 본사에 질의를 벌였지만 무시되고 있다. 더욱이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면서도 MS는 1차적으로 향후 모든 과정에 참여하려면 일단 라이선스 등록의사를 밝힐 것을 요구한데 이어 2주전부터는 아예 계약에 따른 NDA를 우선 체결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했다. MS는 조만간 NDA를 체결한 업체들에 대해 업그레이드를 위한 SW개발킷(SDK)을 제공하고, 그 결과물에 대해 로열티를 일정 요구하는 형태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그것이 언제인지, 어떤 형태인지는 전혀 오리무중이다.

 메신저를 내놓고 있는 모 업체의 관계자는 “수차례 MS 측에 내용을 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50여일이 지나도록 어떤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며 “내용도 모른채 1차적인 라이선스 등록 신청과 NDA까지 체결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굴욕스럽기까지 하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일방적인 행태에 분노=이같은 MS의 모습에 대해 관련업체들은 그 동안 MS가 다른 분야에서 보여준 제왕적인 행태나 다름없다며 분노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라이선스 등록을 하느냐, 연동을 포기하느냐는 비즈니스적인 판단이지지만 그 과정에서 MS가 보인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모습은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OS분야에서 보여주던 모습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K사의 관계자는 “MSN메신저와의 연동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갑과 을의 관계는 아니지 않냐”며 “마치 모든 건 알아서 할테니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의 제왕적인 행태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일부 업체는 MS의 이 같은 행태를 두고 공정위 제소도 고민했으나 라이선스 내용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칫 자충수를 두는 것은 아닐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는 MS의 이 같은 일방적인 행태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 상당수 업체의 고민이다. 현재 일일 650만 로그인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MSN과의 연동은 메신저 주요 기능으로 자리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단순 연동이 아닌 MSN메신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애드온 애플리케이션들은 연동포기는 사업포기나 다름없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끌려들어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MS코리아, 모르쇠로 일관=이같은 상황에서 한국MS는 “본사가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는 바 없다”는 모르쇠로 일관해 관련업체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MS의 한 관계자는 “본사에서 직접 진행하는 사항으로 아는 바 없으며 업체간 최종 계약에서만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MS코리아는 국내 몇개 업체가 메신저 라이선스 등록신청을 했는지, NDA를 체결한 업체가 몇개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해 지사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메신저 업체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본사에서 진행한다고 하지만 민감한 사항이 있으면 무조건 입을 다무는 MS코리아의 행태도 여전한 것 같다”며 “앞으로 MS가 메신저 시장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고 우려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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