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온라인몰, 홈쇼핑계 인터넷몰에 당찬 도전
경기 불황으로 불요불급한 비용을 제외하고는 마케팅을 자제할 정도로 모든 업종이 잔뜩 움추려 있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 만은 예외다.
올해를 불과 두 달여 남겨 놓고 주요 쇼핑몰은 잇따라 브랜드와 사이트를 개편하고 ‘쇼핑몰시장 패권 경쟁’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쇼핑몰 시장이 가열된 마케팅 경쟁으로 새로운 시장 구도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금이 기회다=공격 마케팅에 포문을 연 업체는 이금룡 이니시스 사장이 주도하는 ‘온켓’이다. 온켓은 TV광고 등에 연말까지 50억원의 비용을 투자키로 했다. 실탄 마련을 위해 추가 유상증자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경매의 황태자 ‘옥션’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온켓이 출범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인지 어느 때 보다도 긴장된 분위기다. 올 상반기에 30억원을 쏟아 부은 옥션은 하반기에도 3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해 인터넷 경매 분야의 선두자리를 굳건히 한다는 계획이다.
‘디앤샵’으로 브랜드를 바꾼 다음쇼핑도 인터넷 쇼핑몰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디앤샵은 이달과 내달 30억원을 투입,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이기로 했다. ‘야후!쇼핑’도 상품별 가격비교·쇼핑 테마검색 기능을 추가하는 등 페이지 구성을 전면 새로 바꿨다.
이 밖에 구스닥이 ‘G마켓’으로 브랜드를 바꾸고 공격 마케팅을 위한 전열을 정비한 데 이어 인터파크가 3분기 실적 호전에 힘입어 ‘쇼핑몰 1위’를 자처하는 등 쇼핑몰 패권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이제는 ‘수성’이다=쇼핑몰시장에 마케팅 경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그동안 선두권을 지켜왔던 TV홈쇼핑 계열 쇼핑몰이 아연 긴장하고 있다.
자본과 인력을 무기로 빠른 시간 안에 안정권에 진입한 LG이숍(LG홈쇼핑)·CJ몰(CJ홈쇼핑)·H몰(현대홈쇼핑) 등은 때 아닌 복병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이미 시장을 평정했다고 자신했지만 온켓을 선두로 옥션·디앤샵 등 순수 인터넷 계열 쇼핑몰이 공격 마케팅에 나서자 그동안 쌓은 브랜드 인지도가 자칫 허물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맞불 작전’보다는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우량고객 붙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요 업체는 차별화된 프로모션을 열고 매출과 순익 등 실적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까지는 더 이상의 비용을 집행하지 않고 숨고르기에 나선다는 전략이지만 시장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마케팅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전망=쇼핑몰시장 경쟁이 다시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전자상거래 부문이 이미 도약 단계를 넘어 성숙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따라 올 4분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안에는 살아남은 업체와 탈락한 업체의 윤곽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올해 안에 브랜드와 인지도를 쌓아 놓지 못하면 영영 뒤처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뒤늦은 마케팅 경쟁을 촉발했다는 해석이다. 시장에 감도는 ‘전운’은 내년의 본격적인 선두권 진입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인 셈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