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백이 사람을 알아본다.’
자동차 사고시 탑승자를 보호해주는 에어백이 오히려 어린이들에게는 위험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탑승자에 따라 팽창속도 등을 조절하는 이른바 ‘똑똑한(smart) 에어백’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지난달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국립고속도로안전위원회(NHTSA)의 권고에 따라 올해 신형차의 20%에 스마트 에어백을 장착하고 오는 2006년부터는 모든 차량으로 확대키로 합의함으로써 기존 에어백이 역사속으로 사라질 처지다.
이 때문에 오토리브, 델파이, 브리드 등 외국 자동차부품업체들은 물론 현대모비스, GM대우 등 국내 자동차업계도 스마트 에어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똑똑한 에어백 원리=미국 NHTSA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98년부터 2001년 사이에 에어백으로 목숨을 구한 사람이 6856명이나 되지만 목숨을 잃은 사람도 무려 175명에 달한다.
이처럼 에어백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기존 에어백이 충돌사고시 일률적으로 강하게 터져 어린이들에 오히려 강한 충격을 주기 때문.
따라서 스마트 에어백은 차량의 충돌속도, 승객의 체격 및 위치, 안전밸트 착용 여부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에어백 팽창속도를 조절하거나 아예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 인공지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승객의 체격을 가늠하는 무게감지 센서, 안전밸트 착용 감지센서, 가속도 감지센서, 충돌감지 센서 등 각종 센서기술은 물론 입력된 신호를 0.15초라는 짧은 시간에 분석해 반응하는 초고속 연산처리 기술도 필수적이다. 한마디로 종합센서기술과 고성능 CPU 응용기술이 없으면 구현할 수 없는 것이 스마트 에어백인 셈이다.
◇신제품 개발 경쟁=스마트 에어백 개발은 오토리브, 델파이 등 미국 및 유럽 자동차부품업체들이 이미 개발, 상용화한 상태다. 이들 제품은 벤츠, BMW, 볼보 등 일부 고급외제차에 옵션으로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여러가지 변수 가운데 몇가지만 고려한 것이라 본격적인 시장형성에 앞서 다양한 센서기술을 접목하거나 CPU 속도를 높이는 등 보다 업그레이드된 제품 개발에 잔뜩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최근 운전자의 체격, 안전밸트 착용 여부, 충돌속도 등 여러가지 변수에 반응하는 인공지능형 에어백(프로젝트명 어드밴스 에어백)을 개발, 현대·기아차 수출차량에 먼저 도입키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천안공장에 양산라인을 준비중이며, 내년부터는 내수용 차량에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GM대우도 탑승자의 무게를 감지해 에어백 팽창압력을 조절하는 스마트 에어백를 이르면 연내 상용화한다는 계획 아래 개발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정식 현대모비스 연구소장은 “에어백은 스티어링 휠과 부딪혀 사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50여년전 선보인 이래 진화를 거듭해 최근에는 측면에어백, 무릅보호 에어백, 머리·가슴 에어백 등으로 발전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에어백이 기능이나 물리적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스마트 에어백은 여기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이라 자동차 안전성 확보에 일대 혁명적인 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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