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 타고 급속 확산…업계 공동 대응책 시급
최근 베트남에 출장을 갔던 LG전자의 한 직원은 전자매장을 돌아보다가 이상한 제품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판매되는 DVD플레이어 가운데 LG로고를 부착하고 외형도 LG전자 제품과 비슷했지만 자사 수출 목록에는 없는 모조품이 버젓이 전시돼 있는 것이었다. 포장박스에는 국내 유명 연예인 사진이 부착돼 있고 ‘메이드인 코리아가 선명히 찍혀있어 그곳 소비자들은 영락없이 한국 제품으로 오인할만 했다.
그 관계자는 “LG전자 DVD플레이어가 베트남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중인데다가 한류열풍으로 국산 제품의 이미지가 크게 높아지면서 이같은 모조품이 만들어진 것 같다”며 “즉각 판매중지 요청 등 필요 조치를 취했지만 워낙 비밀리에 이러한 제품이 유통되고 있어 향후에도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국산 제품의 이미지가 크게 높아지고 동남아 지역에 한류 바람이 불면서 국산 모조품 주의보가 내렸다. 주 타깃이 되는 제품은 비교적 모방이 쉬운 MP3플레이어, DVD플레이어, LCD모니터 등이다. LG전자는 DVD플레이어외에도 최근 베트남과 중국 지역에서 자사 모니터 브랜드인 ‘플래트론’을 명기해 파는 사례가 발견돼 조치를 취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몇년전에는 이같은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견됐으나 최근에는 브랜드 관리를 더욱 강화하면서 이같은 사례는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국내 업체들이 원조인 MP3플레이어에서는 모방 사례가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중국, 홍콩시장에서 판매되는 아이리버의 프리즘 MP3플레이어(iFP-180)는 겉모습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모조품이 버젓이 시장에서 절반정도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고 디지털웨이의 MP3 모조품도 이 지역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러다보니 일부 소비자들은 국산 제품으로 오해해 구매하고 국내 AS센터에 모조품 MP3플레이어 수리를 의뢰하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MP3플레이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전시회에 시 제품을 전시했다가 그 제품이 양산되기도 전에 중국 모방업체가 그 제품을 미리 판매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이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전시회에 나가더라도 개발중인 제품은 아예 부스에 전시하지 않고 바이어들에게만 공개하고 있으며 사진찍는 것도 될 수 있으면 막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국내업체 한 관계자는 “이같은 모조품 범람이 그만큼 한국산 제품에 대해 이미지가 높아졌다는 반증이지만 결국 국산 제품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동종업계끼리는 해외 영업망을 공유해 이러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서로 즉각 알려주는 동업정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일본기업의 경우 지난해 2개중의 하나꼴인 54.3%가 위조상품, 상표 도용 등 지적재산권 침해 피해를 입었으며 국내업체들의 경우 지난해 지적 재산권 피해사례가 33건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